
그런데 안무가는 이걸로 돈을 벌고 있을까. K팝 안무를 추고 볼 때마다 안무가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K팝 안무 저작권의 제도화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 안무가를 고용하는 제작자·기획사들은 자칫 저작권료 도입이 비용 증대와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한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지난해 말 '안무 저작권 안내서'가 만들어졌고 안무 표준계약서 초안 작업도 진행 중이지만 이해관계는 첨예하다.
지난 24일 한국안무저작권협회는 "안무가에게 저작권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추가 비용이 아니라 K팝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라며 "K팝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해외 시장에서의 권리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유명 안무가 리아킴이 초대 회장을 맡아 지난해 4월 정식 출범했다. 배윤정, 바다, 팝핀현준, 아이키 등 안무가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안무 창작자 명기(성명표시권), 저작권료 지급 등이다. 통상 기획사가 안무 시안을 의뢰하면 안무가는 '용역비'를 일회성으로 받을 뿐 향후 안무에 관한 추가 수익과 권리는 주장하기 어렵다. 반면 음악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공연·방송은 물론이고 길거리·노래방에서 재생되는 노래까지 저작권료를 징수해 작사·작곡가에게 분배하고 있으니, 안무 역시 저작권료를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협회가 지난해 7월 국내 안무가 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2%가 안무 저작권 보호 필요성에 공감했다. 안무 저작물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 경험에 대해선 85.9%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평균 안무 창작 경력은 6.75년이었고, 응답자 87%가 K팝 안무 창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안무가에 대한 추가 보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최근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등 4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저작권료가 추가로 들어가면 비용 부담 때문에 안무 활용이 줄거나 대중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에 "제작자는 흥행 여부를 모른 채 뮤직비디오 촬영과 유통·홍보에 최소 수억 원을 들여 위험을 부담한다"며 "초기 투자 성패와 상관없이 유명 안무가에게 고액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계약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민자 한국안무저작권협회 사무총장은 "고액의 용역비를 받는 안무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대다수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안무는 K팝 성공의 핵심 축이다. 안무 저작권료 도입은 안무가 처우를 개선해 창작의 질을 높이고 K팝 콘텐츠의 가치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안무 저작권료 지급 실현 과정에선 구체적인 요율 산정 기준도 정해야 해 이해관계자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안무저작권협회 측은 "음반 제작자, 플랫폼 사업자 등도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또 "안무의 상업적 이용이 아닌 팬덤의 커버댄스 같은 비영리적 활용에 대해선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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