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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37-800만 피하라고? 사고율 통계 뜯어보니…비행기 이모저모 팩트체크

  • 김혜성
  • 기사입력:2025.01.10 19:48:28
  • 최종수정:2025.01.10 19: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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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 사진=제주항공

지난 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179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는 1997년 229명이 숨진 대한항공의 괌 추락사고 이후 27년 만에 최악의 항공기 사고다. 여행 커뮤니티서는 이번 참사로 인해 ‘비행기 기종 확인 열풍’이 불거나 비행 공포로 인해 아예 ‘해외여행 예약’을 취소했다는 이들이 적잖다. 비행기와 관련한 여러 루머를 팩트체크했다.

1. 10만 년 동안 매일 항공기 탑승해야…항공기 사고의 진실
아이슬란드 항공기 추락 사고 / 사진=FLICKR
아이슬란드 항공기 추락 사고 / 사진=FLICKR

이번 참사로 비행기 사고에 관한 공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 안전 관련 통계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재작년 한 해 동안 126만 편의 항공기 운항 시 항공 사고는 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집계한 항공기 전체 사고율 평균 역시 1.19로 여전히 낮다. 88만 편의 항공기 운항 시 항공 사고가 1건 발생하는 꼴이다. 항공기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률은 5년 평균 0.11 수준이다. IATA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항공기를 매일 10만 3239년 동안 탑승해야 치명적인 사고를 겪는다.

앤서니 브릭하우스(Anthony Brickhouse) 미국 뉴저지주 엠브리 리들 항공대학(ERAU) 항공안전학 교수는 “공항으로 운전하는 길이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며 “세계의 어떤 지역에서는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항공기 추락 사고 / 사진=FLICKR
항공기 추락 사고 / 사진=FLICKR

아널드 바넷(Arnold Barnett)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통계학과 교수 등이 지난 8월 항공운송경영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8∼2022년 전 세계에서 항공기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은 1370만 명당 1명이다. 이는 2008~2017년 집계한 790만 명당 1명에서 크게 개선한 수치다. 매년 상업용 항공 여행의 사망 위험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아널드 교수는 “항공 안전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사망 가능성은 10년 주기로 2배씩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항공 안전이 앞으로도 나아질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논문에서 밝힌 항공 안전도가 높은 국가 목록은 미국·유럽 연합국 및 몬테네그로·노르웨이·스위스·영국·호주·캐나다·중국·이스라엘·일본·뉴질랜드 등이다. 한국은 항공 안전도 최상위권에는 들지 못했다. 두 번째로 항공 안전도가 높다고 평가한 국가에는 한국을 비롯해 바레인·보스니아·브라질·홍콩·태국·터키·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이다.

윌리 월시(Willie Walsh) IATA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2023년 안전 성과로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임을 계속해서 입증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결코 안전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으며 더 안전한 비행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 보잉 737-800 피하라고? 사고율 통계 뜯어보니
제주항공 보잉 737-800 항공기 / 사진=FLICKR
제주항공 보잉 737-800 항공기 / 사진=FLICKR
“무안 사고기가 보잉737이라던데”
“항공사에 기종 확인하려고 상담원 연결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는 보잉 737-800기종이다. 이에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비행기 기종에 관한 공포가 확산 중이다. 비행기 기종 확인 방법 공유는 물론이고 이번 참사 기종과 같은 기종인 게 확인되면 예매를 취소하겠다는 여행객들도 나왔다.

지난 30일 국토부는 국내 항공사에서 운항하는 보잉 737-800기종의 전수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보잉 737기종은 미국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이 개발한 중단거리 운항 전용 협동체(狹胴體) 여객기다. 국내에선 장거리를 띄우지 않는 저비용 항공사(LCC)가 주로 사용하는 기체다.

29일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도입한 보잉 737-800기종은 2024년 12월 말 기준 제주항공 37대, 티웨이항공 25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6대, 대한항공 2대다. 항공사가 하나의 비행기 기종을 많이 들여오는 이유는 단일 기종 운영 시 정비와 유지 보수, 인력 관리 등과 같은 항공기 운영 효율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보잉 측이 2024년 8월에 발간한 상업용 항공기 사고 통계 요약 보고서 / 표=보잉 보고서 캡쳐
보잉 측이 2024년 8월에 발간한 상업용 항공기 사고 통계 요약 보고서 / 표=보잉 보고서 캡쳐

다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보잉 측이 2024년 8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737-800’은 전체 항공기 기종 중 사고 발생률이 낮은 편에 속하는 기종이다. 항공 데이터 분석 기업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4400대의 보잉 737-800이 운항되고 있다. 이는 전체 운항 여객기 가운데 1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해당 항공기가 보잉 인기 기종임을 알 수 있다.

1959년부터 2023년까지 운항한 보잉사의 전체 항공기 기종 중 보잉 737-600·700·800·900시리즈의 기체 손실 사고율은 100만 대당 0.17%였고 사망자 발생 사고 비율은 0.08%였다.

이 기간 기체 손실 사고율이 4.62%, 사망자 발생 사고 비율이 2.31%로 사고 및 사망률이 가장 높은 항공기 기종은 포커 F28이었다. 이는 네덜란드 항공기 제작사인 포커에서 개발해 생산한 여객기로 현재는 이 기종은 대다수 항공사에서 퇴역했다.

디만 과거 있었던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추락사고에 미 당국 법무부는 ‘기체 결함’으로 인한 보잉사의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보잉사는 벌금 2억4360만달러(약 3370억원)를 지불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1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알래스카항공 사고와 관련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증산 등 생산 확대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보잉 주가는 작년부터 잇단 자사의 항공기 사고로 지난 1년 사이 32%나 급락했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보잉 항공기 기체 결함 여부에 따라 국내서 보잉 항공기의 이미지 쇄신 여부가 명운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2018년 보잉과 6조243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보잉사 항공기 5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다. 현재 항공기 도입 계획에도 먹구름이 꼈다. 제주항공은 보잉 기종 안전성 논란이 가실 때까지 당분간 기존 기재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3. 저렴한 꼬리 칸이 제일 안전…비행기 좌석별 안전도
비행기 / 사진=PEXELS
비행기 / 사진=PEXELS

이번 사고로 ‘비행기 좌석별 안전도’에 관한 과거 통계도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 유력지 타임(TIME)이 35년간의 미국 연방항공청(FAA) 비행기 추락 통계를 분석해 조사한 과거 결과에 따르면 ‘비행기 뒤쪽의 중간 좌석’이 가장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분석에 따르면 추락 사고에서 뒷좌석 승객의 사망률은 32%였다. 비행기 중앙 좌석은 39%의 사망률을 보였다. 비행기 맨 앞 좌석 사망률은 가장 낮은 38%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행기 뒤쪽의 중간 좌석 승객의 사망은 28%로 가장 낮았는데 이는 양옆 자리 승객이 사고 시 물리적 완충작용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좌석으로 따졌을 때 사망률이 가장 높은 위치는 기체 가운데의 통로 좌석으로 44%에 가까운 사망률을 보였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 /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 /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통상 일반석보다 2~3배 정도로 비싼 항공사의 퍼스트나 비즈니스 등 좌석은 비행기의 앞자리다. 짐을 빨리 뺄 수 있고 엔진 등에서 멀어 항공소음이 덜하기 때문이다. 사고율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낮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나는 항공기 사고 시 가장 비싼 앞좌석의 사망률이 높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연구 결과 역시 비슷했다. 분석에 따르면 기체 뒷좌석에 앉은 승객은 충돌사고에서 생존할 확률이 69%에 이르렀다. 다만 퍼스트와 비즈니스 좌석 승객의 생존율은 49%에 불과했다. 날개 앞쪽 승객과 날개 뒤쪽 승객의 생존율은 56%로 같았다.

다만 항공 전문가들은 사고 시 안전한 자리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행 중 엔진이나 동체에 화재가 발생할 때는 꼬리칸이 화재의 위험에 더 취약하기에 경우에 따라 뒤쪽 좌석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마의 11분(Critical 11 minutes)’의 위험성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의 11분은 이륙 후 3분과 착륙 전 8분을 더한 시간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0년간 발생한 국내 항공 사고 중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에 발생한 사고 비율은 약 51%였다.

4. “비행기만 봐도 무서워” 비행 공포증 극복하는 법
기내 / 사진=PIXABAY
기내 / 사진=PIXABAY

항공기 사고로 비행 공포증이 생기거나 극심해졌다는 이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여행 커뮤니티에 “여행은 좋아하는데 비행기를 원래 무서워했다”며 “이번 사건 보니 슬퍼서 눈물도 나고 비행기가 더 무서워졌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비행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몇 가지 조언을 공유한다. 먼저 감각을 통제하는 것이다. 목 베개·담요·슬리퍼·귀마개·이어폰 등을 가져와서 이착륙 시에 시각과 청각 등 감각을 차단해 두려움을 더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복에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이다. 공복과 저혈당은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 등 교감신경호르몬이 증가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과 발이 떨리는 등 불안감이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등 카페인 성분이 든 음료 역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비행 중 불현듯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면 옆 좌석 승객이나 승무원과 대화를 요청하는 것도 좋다. 공황발작이 올 것 같다면 3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3초간 다시 천천히 내쉬어 심호흡해 패닉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상시 대처 방법을 철저히 숙지하고 있는 것 역시 비행 공포증을 극복하는 좋은 방안이다. 먼저 탑승 시 가장 가까운 출구까지의 행수를 세어두는 것도 좋다. 연기가 나거나 정전이 발생하면 출구를 빠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내 안전벨트 조작법을 숙지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패닉 상태에서는 기초적인 안전벨트 해제 방법조차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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