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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글 쓰세요”····전국 창작공간 88곳, 작가에 무상 지원

샤롯데문학상 대상받은 김이듬 소설가 이지·김재아 등 287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 혜택 24시간 자유롭게 사용가능하고 출판사 등과 미팅 공간도 제공

  • 김형주
  • 기사입력:2025.01.01 11:19:38
  • 최종수정:2025-01-01 17: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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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데문학상 대상받은 김이듬
소설가 이지·김재아 등 287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 혜택

24시간 자유롭게 사용가능하고
출판사 등과 미팅 공간도 제공
매일경제-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동 기획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제공한 문학창작실에서 새 시집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를 집필한 김이듬 시인. 이충우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제공한 문학창작실에서 새 시집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를 집필한 김이듬 시인. 이충우 기자
김이듬 시인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제공한 문학창작실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이충우 기자
김이듬 시인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제공한 문학창작실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이충우 기자

지난달 제1회 샤롯데문학상 대상을 받은 김이듬 시인은 새 시집을 준비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제공한 경기도 일산의 창작실로 향했다. 아침 일찍 노트북을 챙겨가 집필에 매진하고, 식사는 집에서 챙겨간 도시락으로, 음료는 창작실에 구비된 커피머신으로 해결했다. 조용한 집필실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자유롭게 창작한 결과 지난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문학동네)을 낸 지 불과 1년 만에 44편의 시를 엮은 신간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타이피스트)를 출간할 수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용산 1호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용산 1호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용산 1호점 전경. 이충우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용산 1호점 전경. 이충우 기자

지난 10월 장편소설 ‘노란 밤의 달리기’(비채)를 낸 이지 소설가 또한 예술위가 마련한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의 창작실을 애용했다. 2016년 ‘담배를 든 루스’(웅진지식하우스·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후 8년 만의 장편을 준비하던 이지는 역시 안정된 작업 공간이 생기면서 매일 일정한 분량을 채우고 퇴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예술위가 지난 7월 시작한 문학창작실 이용 지원 사업은 작가에게 직장이나 거주지 인근에 창작에 열중할 공간을 제공한다. 생계를 위해 대다수(57.6%)가 창작 외에 다른 일을 겸업하고, 집필 공간의 부족으로 작업 시간(주 평균 9.7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문학 작가들의 상황(2021년 예술인실태조사 문학 분야)을 고려해 도입된 사업이다.

입주 작가인 김이듬은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집에서는 작업을 하기 어렵고, 지방이나 해외에 있는 작가 레지던스로 가면 대학 강의 등 생계를 위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올해 초 경기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아 올해 안에 시집을 꼭 출간했어야 했는데, 집 근처에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맑은 정신으로 신작을 쓰고 시집을 탈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학창작실 이용 지원 사업은 올해 서울, 경기, 강원, 춘천, 제주 등 전국에서 88개의 창작 공간(공유 라운지)을 287명의 작가들에게 제공했다. 예술위는 공유 오피스 운영 사업자인 패스트파이브와 협약을 맺어 양질의 공간을 확보했다. 집필 공간 외에 출판사 관계자나 다른 작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미팅 장소도 있으며, 입주 작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365일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사업이 진행된 약 4개월 동안 많게는 864시간 사용한 작가도 있었다.

입주 작가들은 지점을 바꿔가며 여러 공간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오전에는 직장 인근 공간에서 집필을 하고, 저녁에는 집 근처 창작실에서 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필요에 따라 88개의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제주도 출신 서안나 시인은 방학에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지내며 인근 창작실을 이용하고, 학기 중에는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강의 업무를 하면서 서울 소재 창작실을 사용했다. 문학창작실 이용 지원 사업 덕분에 두 지역을 오가면서도 창작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서안나는 “이전에는 카페나 도서관, 강사실 등 그때그때 다른 곳에서 작업을 했는데, 안정적으로 집필할 수 있는 곳이 생겨 창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합정 1호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합정 1호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합정 1호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 작가들에게 문학창작실로 제공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합정 1호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가장 많은 창작실을 사용한 작가는 SF소설가 김재아. 집필 외에도 문학이나 문화 행사 관련 모임 공간으로 창작실을 활용하면서 4개월간 22개의 공간을 사용했다.

그는 “소설 창작 외에 문화기획 업무를 겸업하고 있어서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야 했는데, 서울 곳곳에 있는 공유 오피스들을 이용할 수 있어 집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문학창작실 이용 지원 사업 외에도 예버덩문학의집, 부악문원, 인송문학촌토문재 등 창작 레지던스에 작가를 입주시키는 문학집필공간 운영 지원 사업, 서울 명동의 프린스호텔 객실을 창작 공간으로 제공하는 호텔 프린스 소설가의 방 레지던스 사업,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영구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등과 협업해 해외 레지던스 입주를 지원하는 해외 레지던시 참가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문학창작실 이용 지원 사업은 내년에 더 다양한 유형의 창작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는 약간의 소음이 존재하는 공유 라운지 형태의 장소만 제공했지만 내년에는 스터디 라운지들과 연계해 독서실처럼 조용한 공간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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