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습니다. 여행가중계서는 독서의 계절을 맞아 ‘전국 이색 도서관’ 모아 전해드립니다.

의정부 미술 도서관은 유재석과 BTS의 RM(김남준) 등 유명 인사가 다녀가 유명해졌다. 2019년 경기도 의정부시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 특화 도서관이다. 미술 도서관에서는 마치 전시를 관람하는 것처럼 물 흐르듯 도서관 전체를 누빌 수 있다. 도서관인 듯, 미술관인 듯 헷갈리는 게 이곳의 콘셉트다.
도서관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총 4층 규모다.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이어진 중앙의 나선형 계단 덕에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진다. 1층에는 미술 도서관에 걸맞게 다양한 주제의 기획 전시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예술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예술자료 구역도 있다.

2층은 어린이 독서 구역, 성인 독서 구역, 검색실 등으로 나눠 공간을 구성했다. 1·2층 모두 한쪽에 시민 예술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문화 공간인 오픈 스테이지가 자리하고 있다. 3층 예술자료 기증 구역에서는 BTS RM이나 국내 미술관 관장 등 유명인이 기증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이 도서관의 다른 장점은 일부 책을 제외하면 한 번에 10권까지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예약 대기자가 없는 도서는 일주일 연장할 수 있다.

아울러 이곳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 거리에 ‘의정부 음악 도서관’도 있다. 음악을 주제로 한 도서관으로 도서관에 발을 들이자마자 고가의 오디오인 드비알레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팝·클래식·재즈 등 음악 관련 서적을 감상은 기본이다. 내부의 스튜디오를 예약 없이 무료로 빌려 작곡 등 음악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운문학도서관은 2014년 지어진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에서는 옛 선비처럼 한옥의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서적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인왕산 초입에 있는 도서관으로 독특한 위치만큼이나 멋들어진 경관을 자랑한다. 산의 경사를 인위적으로 깎지 않고 최대한 살려 건물을 조성한 게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한옥 본채 옆에 있는 아늑한 한옥 정자에서는 인공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다만 이곳 역시 대화 공간이 아닌 도서관임을 기억해야 한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인공 폭포를 틀지 않는다.
문학을 중심으로 한 도서관으로 시·소설·수필 등 문학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전체 소장 서적 수는 3만 권이 넘는다. 그밖에 인문학 강연이나 문학 창작 교실 등도 부지런히 운영 중이다.

전주 시내 중심에 있는 덕진공원은 현지인과 외지인 모두에게 인기 관광지다. 전주 8경 중 하나로 덕진 연못을 수놓은 연꽃을 이르는 ‘덕진채련(德津採蓮)’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라 연꽃 구경은 어렵겠지만 오히려 좋다. 연꽃을 보러 온 인파가 줄어 한산한 틈을 타 들르기 좋은 연화정 도서관을 소개한다. 이 도서관은 노후화가 심각했던 연화정을 탈바꿈해 지은 전통 한옥 도서관이다. 2022년 6월 개관한 비교적 신규 도서관이다.
내부는 독서 공간인 연화당과 문화공간 및 쉼터인 연화루로 갈린다. 도서관 안에는 도시의 특성을 살려 한국의 미를 알리는 책이 가득하다. 연화정 도서관에서는 잔잔한 덕진 연못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10월부터는 매주 금·토요일에 연화정도서관과 덕진공원에 있는 벽진 폭포 주변에서 야간에 미디어 아트도 감상할 수 있다. 연화정도서관 한옥과 마당에서는 ‘연화정에 내린 별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영상 기획물을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전주는 오는 11월 30일까지 ‘2024 전주 도서관 여행’ 행사를 운영 중이다. 종일 빨간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전주 도서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구석구석 하루코스’와 반나절 간 전주의 독서와 예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쉬엄쉬엄 반일코스’ 등이 있다. 예약은 필수다.

남산 하면 돈가스. 돈가스 하면 남산이다. 그런 남산에 현지인들만 아는 돈가스 맛집이 있다. 그 주인공은 남산도서관 1층의 식당이다. 이곳에서 8000원 내의 금액으로 내로라하는 맛집에 버금가는 수준의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어쩌다 돈가스가 남산의 명물로 자리 잡았는지’에 관한 정설은 없다. 다만 1990년대부터 남산 일대에 왕돈가스 가게가 여럿 생겼다. 지금만큼 외식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약 30년 전 남산에는 기사식당이 즐비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지만 남산을 찾은 여행객들에게는 아쉬운 선택이었다. 1990년대 초 돈가스 가게가 문을 열자 관광객들에게 열화의 같은 성원을 얻으며 우후죽순 퍼져나갔다는 게 통설이다.


돈가스에 잠시 눈이 멀어 ‘남산도서관’ 소개를 놓칠 뻔했다. 남산도서관은 1922년에 명동에 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에 개관해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명승이다. 그 전신은 명동이었으나 1965년 남산으로 이전하며 현재의 ‘서울특별시립남산도서관’으로 불리게 됐다.
남산도서관은 총 5층 규모다. 1층에는 식당, 매점, 카페 등 편의시설과 행정 및 정보자료과 등 지원시설이 있다. 2층에는 방대한 인터넷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디지털 휴게 공간 등이 있다. 3층에는 문학실, 한국 문학 자료관이, 4층에는 인문사회과학실과 고문헌전시 구역이, 5층에는 귀중자료 수장고와 열람실 등이 있다.
그중 2층 디지털 휴게 공간은 야외 구역인 ‘남산하늘뜰’과 이어진다. 이 뜰은 버려진 현수막 2000장 등을 화분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은 친환경 독서 공간이다. 이곳에서 청명한 가을하늘과 알록달록한 남산의 나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남산도서관에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소풍 용품도 대여해 준다. 1층 정문 입구에서 무료로 주제별 도서 두 권을 포함해 소풍 바구니, 돗자리, 작은 탁자를 오후 6시까지 빌려준다. 붉은 단풍나무가 끝없이 펼쳐지는 남산 둘레 길을 걷고 소나무 숲에 눌러앉아 책을 읽으며 공짜 소풍을 즐기면 그만이다.

가을이라고 해서 산 구경만 줄곧 하고 바다를 놓치면 아쉽다. 가을의 옥빛 바다를 품에 안은 채 책장 넘기는 맛이 있는 다대도서관으로 걸음 해 보자.
부산 사하구에 있는 다대도서관은 2010년 문을 열었다. 지하 1층과 지상 5층 규모로 드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이 도서관에서는 3층 자유열람실을 제외한 대부분 공간에서 통유리창 너머로 다대포해수욕장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식당과 매점 등이 있다. 1층에는 주차장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작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이 나온다. 3층에는 중학생 이상 이용할 수 있는 자유열람실을 조성했고 4층에는 디지털 자료실과 교양강좌실 등이 있다. 5층에 있는 종합자료실과 옥상 정원은 탁 트인 바다를 구경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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