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에서 당신을 돕기 위해서 나왔다"는 말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 말이 미국 기업인, 소상공인, 농업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아홉 단어 영어문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말로는 돕는다고 나서지만 실제로는 기업에 규제의 덫을 씌워 옭아매는 현실을 꼬집어 말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말로는 기업활력 제고를 외치면서 경제계가 일치단결해서 반대한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이라는 폭탄을 안긴 것이다. 한미통상협상 등을 위해 기업인들을 대거 동원하는 가운데 뒤통수를 친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규제개혁 방안은 지난 15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통해 드러났다.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이 위원장인 규제합리화위원회로 확대 개편한다.
이를 문제 삼을 의도는 없다. '개혁'이건 '합리화'건 그저 경제를 옥죄는 규제의 사슬을 끊어내면 된다. 문제는 무엇을 합리화할 것인가에 있다. 첫 번째 전략회의에서 제기된 안건을 보자. AI 데이터 활용규제, 자율주행 및 로봇 분야 규제, 기업성장 촉진 및 경제형벌 합리화가 주요 안건이었다.
이전 모든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보면 두드러진 특징이 하나 있다. 정부가 손을 놓기만 하면 되는데 붙들고 있어서 문제였던 규제의 개선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이 매년 발표하는 규제개혁백서를 보면 공직자의 적극적인 유권해석으로 해결하는 규제가 30%가 넘는다. 규제 조문에 손을 대더라도 시행령, 시행규칙을 조정해서 개선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규제개선까지 대통령이 나설 이유는 없다. 장관들에게 민간과 매주 소통해서라도 규제를 합리화시키라고 명령하고 성과를 평가하면 된다.
그러면 대통령실에서 담당해야 할 규제개선 과제는 무엇일까?
전략회의에서 거론된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핵심규제다.
대통령실이 할 일은 바로 이런 규제를 찾아 개선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유사 사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규제, 즉 공정거래법상 재벌집단규제, 다중대표소송제, 실효세율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수준인 상속 증여세 개편 등이 그것이다.
도입한 지 45년째인 재벌(대기업)집단규제는 이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에 이미 실패한 규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보다 높은 법인세율, 유독 규제가 강한 유럽의 규제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화평법, 화관법을 고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각종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실패한 법률임을 반증하고 있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금산분리 역시 차제에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제들을 고칠 때 이재명 정부가 비로소 "I'm from the government, I'm here to help you"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대 정부 규제개혁은 모두 기업과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진성 규제', 즉 핵심규제는 손도 못대고 잔챙이만 개선하고 자화자찬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의회 독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무소불위 국회의 지원을 받는 이재명 정부다. 그 힘을 진성 규제 개혁에 쓸 수 있다면 대한민국 경제 사회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영원히 남길 수 있다.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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