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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의 K디스플레이, 재도약 기회 잡으려면

마이크로LED 등 선점 위해
소부장 육성·기술협력 필수
폴더블 등 새 가치 창출하고
핵심 기술 특허·표준 확보도

  • 기사입력:2025.08.11 17:32:37
  • 최종수정:2025.08.11 17: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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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K-디스플레이 2025'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최적화된 저전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부터 자율주행차용 디스플레이, 확장현실(XR)용 초고해상도 기술까지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세계를 호령했던 'K-디스플레이'의 현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녹록지 않다.

지난 10년간 세계 시장 점유율 변화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5년 한국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45%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했으나, 중국의 정부 보조금과 공격적 투자로 2017년 LCD 출하량, 2018년 매출액 1위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 감소로 이어져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미래 기술과 표준화를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첫째, 마이크로LED, 퀀텀닷(QD)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의 초격차 확보로 미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차세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마이크로LED는 2031년까지 연평균 63.9%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전기발광 퀀텀닷(EL-QD)은 OLED를 대체할 차세대 자발광 기술이다. LG, 삼성 등 선도 기업의 기술 개발 투자와 정부의 연구개발(R&D)·인력 양성을 통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 미국과 화질 개선, 사용자 맞춤형 기술 개발 등 AI 기반 기술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둘째, 폼팩터 혁신을 통해 자유형상 디스플레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폴더블·롤러블·투명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미래 기술이다. 시장 전문기관들은 폴더블·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0% 내외의 고도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스플레이가 AI·소프트웨어·센서·통신 기술과 융합돼 웨어러블, 모빌리티, 디지털 사이니지, 의료·예술·상업용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할 잠재력이 크다.

마지막으로 표준을 선점해 미래 시장의 룰 세터로 도약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 디스플레이 기술위원회(IEC)에서 9개 중 7개 작업반 의장직을 수임했고, 신규 표준 37건 중 11건을 제안하는 등 국제 표준화에 기여하고 있다. 마이크로LED, EL-QD 등 차세대 기술의 핵심 특허 확보와 국제표준 제안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산업이 AI 환경하에 다양한 고부가가치 신산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하드웨어(HW)적 성능, 내구성 외에 데이터 통신 규격 등에 대한 표준 개발과 국제적인 종합 시험·평가센터 구축도 필요하다.

한국은 위기에 강한 국가임을 여러 차례 입증해왔다.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정부·기업·연구기관이 협력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면, 한국은 다시 한번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안성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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