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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스포츠가 중요한 이유

  • 기사입력:2025.06.05 17:34:49
  • 최종수정:2025-06-05 20: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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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사에서 학원 스포츠는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1970년대 고교야구는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프로야구 출범 전 실업 리그가 있었지만, 매년 봄과 가을 고교야구는 전국을 뒤흔들었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 저녁이면 시내가 한산할 정도였다.

프로리그 출범 뒤 학원 스포츠의 열기는 대학으로 이어졌다. 대학은 프로리그 선수들의 산실이었고, 특히 1990년대 대학농구는 프로팀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많은 국민이 대학 스포츠를 아끼고 응원했다.

우리 학교도 그동안 학원 스포츠를 열심히 지원했고,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동문을 여럿 배출해 자부심이 크다. '야구의 신'이자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선수, 요즘은 '메이저리거 이정후 선수 아빠'로 더 유명한 이종범 코치.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골을 넣으며 신화의 시작을 알린 '영원한 스트라이커' 황선홍 감독.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촌철살인의 어록을 남긴 이영표 해설위원. 한국인 최초로 프로테니스협회(ATP) 투어대회 타이틀을 따낸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 감독. 결혼식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은 위기를 딛고 일어난 야구인이자, 29년 만의 소속팀 우승을 일군 차명석 단장도 동문이다. 지난달에는 손창환 감독이 건국대 출신 최초의 프로농구팀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최근에는 학교 축구부가 20년 만에 대학축구 춘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큰 경사도 있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극적인 승부에서 승리해 기쁨이 더 컸다. 하지만 요즘 학원 스포츠는 프로리그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해 무척 아쉽다.

반면 미국에선 대학풋볼리그가 프로풋볼리그(NFL)에 이은 인기 2위의 스포츠다. 프로농구리그(NBA)나 프로야구리그인 메이저리그(MLB)보다 인기가 앞선다. 풋볼뿐 아니라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소속 농구·야구·아이스하키 등 학원 스포츠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학위를 받은 미시간주립대(MSU)도 8만여 명 관중을 수용하는 스파르탄 스타디움을 갖고 있다. 경기가 열리면 경찰과 소방대원, 사회를 위해 봉사와 희생한 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원 스포츠는 학생들이 동질감을 느끼고, 열정을 발산하며, 사회적 책임감을 키우는 일석삼조의 이벤트다.

현재 한국에서는 학원 스포츠가 예전 같은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올해 프로야구는 2년 연속 관중 1000만명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프로축구 역시 지역 연고제와 강등제도가 뿌리를 내리며 열성팬 층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포츠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재미와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은 공정함, 경쟁 속의 상호존중, 치열한 분석과 전략 수행이라는 정정당당한 틀 안에서 역동적 드라마를 만드는 데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빠져든다.

며칠 전 대선이 끝났다. 스포츠에서도 경기는 계속돼야 하지만 정치권과 한국 경제, 한국 대학과 기업도 다시 나아가야 한다. 스포츠는 이미 팬들의 단단한 지지를 바탕으로 승리하며, 성장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스포츠가 주는 교훈을 기억할 순간이다.

[원종필 건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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