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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韓 전기차, 정책 실패 막으려면

충전소는 전기차 핵심 생태계
정부, 충전요금 자율성 보장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높여야

  • 기사입력:2025.06.01 17:23:43
  • 최종수정:2025-06-01 17: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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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혁명은 로봇,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기기에 탑재되는 피지컬 AI 시대로 접어들었다. 다양한 물리 기기에 탑재된 피지컬 AI가 모든 산업에 활용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자율주행과 물리적 AI 기반 차량 제어는 모두 전기차 플랫폼에서 효율적으로 구현된다. 하지만 한국 전기차 산업은 대변혁의 시대에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만 2년째 역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22년에 글로벌 55.3%, 한국 63.7%였지만, 2023년에는 글로벌 30.1% 대비 한국 -1.1%, 2024년에는 글로벌 15.8% 대비 한국이 -12.8%를 기록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과 정반대 행보다.

환경부는 충전요금 인상이 전기차 보급을 저해한다며 2022년부터 3년째 요금을 동결해왔다. 하지만 요금을 동결한 바로 그 기간 전기차 판매는 역성장했다. 한국환경공단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최대 우려는 충전시설 부족이며, 충전요금은 여전히 기름값의 30~40% 수준이다.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은 '얼마에 충전하느냐'가 아니라 '언제든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느냐'는 신뢰성 문제다.

최근 LG와 한화가 전기차 충전사업에서 철수했고 SK도 사업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민간 사업자에 대한 환경부의 요금 상한 통제 등 정부 개입의 부작용이 민간 투자 심리를 위축한 결과다. 특히 환경부가 주도하는 획일적인 로밍요금 정책은 도심 핵심 지역과 외곽 저수요 지역에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도록 제한하고 민간 기업을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왜곡은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부족 체감과 서비스 품질 저하, 전기차 수요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환경부가 설정한 인프라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1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하지만, 정부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정부 주도의 충전소 보급은 전기차 이용자의 선호를 반영하지 못해 낮은 실효성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우려는 전기차 시장 침체가 물리적 AI와 자율주행 시대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한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지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개발 파트너십에서도 배제될 수밖에 없다. 테슬라, BYD 등 전기차 선도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직접 연관된 물리적 AI 기술의 실질적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기차 생태계 붕괴는 곧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영역에서 완전히 뒤처짐을 의미한다.

이제 정부는 충전 사각지대 해소 등 공공 영역에 집중하고 민간이 '적재적소'에 충전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조속히 충전요금 자율성을 보장해 민간이 거둔 수익을 충전 인프라 확대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25년은 한국 전기차 시장 생존의 골든타임이자 AI·자율주행 시대 경쟁력 확보의 마지막 기회다. 환경부는 저렴한 요금을 통한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충전 생태계 설계로 정책 방향을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김연응 서울과기대 인공지능응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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