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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스마트도시 유감

  • 기사입력:2025.05.11 17:07:06
  • 최종수정:2025-05-11 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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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다. 어느 개발도상국 관료들에게 스마트도시 건설을 자문하던 중, 그들이 생각하는 스마트도시가 '우리 것'과는 차이가 커서 놀란 적이 있다. 아파트 현관 폐쇄회로(CC)TV나 디지털 도어록 등 우리에게는 더 이상 '스마트'한 기술도 아닌 것이 그들에게는 스마트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스마트도시는 이처럼 각 도시가 처한 상황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사용하는 스마트도시 개념 또한 다양하다.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정도로 번역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생소한 단어를 사용하며 유비쿼터스 도시(U-City)를 제시했던 것이 벌써 20여 년이 되어간다. 정부 주도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했고 목표는 삶의 질 제고였다. 서울지하철에서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사진을 뉴요커들이 합성 사진으로 오해했을 정도로 우리가 앞서가기도 했다. 당시 뉴욕은 지상에서 터지는 와이파이도 보기 힘들 때였다.

'스마트국가'를 표방하며 스마트도시부 장관까지 있는 싱가포르도 그즈음엔 우리보다 후발 주자였다. 우리는 2009년부터 10여 년간 40여 개의 유비쿼터스 도시를 조성했고, 2019년부터는 스마트도시로 개명(?) 후 15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문제 해결 수단으로 스마트도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모바일 신분증에서 안전사고를 감지하는 드론 운영까지 다양하다. 지자체별로 내놓은 스마트기술이 400개를 넘어섰고, 스마트도시 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하고 있는 지자체도 50여 곳에 달한다. 외형만 놓고 보면 지구촌에서 스마트도시 건설에 가장 앞장서왔던 나라가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의 IT를 도시 건설에 접목해 많은 사례를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십 개를 조성했던 U-City는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수백의 지자체가 스마트도시를 슬로건처럼 내걸고 있지만, 스마트하게 운영되는 곳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스마트도시의 운영 주체인 지자체의 인력과 재정 문제를 우선 지적할 수 있다. 스마트도시의 근간인 '스마트'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보도나 가로등처럼 깨진 곳을 수리하거나 페인트를 덧칠하는 인프라가 아니다. 업데이트를 해줘야 작동할 수 있다. 유지를 위해 고급 인력과 비용이 필수적인데, 대부분 지자체들이 취약한 지점이다. 거버넌스의 문제도 있다. 시카고시청 홈페이지에는 범죄 발생 장소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시민들이 위험한 곳을 즉각 알 수 있게 정보를 주는 것이다. 우리도 물론 비슷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공개하지 못한다. 땅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스마트도시를 스마트하게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동안 조성해온 스마트도시들 중 상당수는 시범사업으로 끝났다. 지난 것은 아쉽지만 이제부터라도 스마트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화려한 시범사업 몇 개가 주민들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버려야 한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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