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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송도에서 꿈꾸는 K패션

  • 기사입력:2025.05.08 17:51:55
  • 최종수정:2025-05-08 17: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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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1일, 패션 창업 4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었다. 신축 이전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에서 평소 존경하는 분들, 대리점 사장님들,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모시고 진행했다.

모신 분들에게 이곳 송도에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겠다며, 미래 40년을 향한 또 한 번의 도전을 선언했다. 바로 '글로벌 형지'를 이루는 일이다.

43여 년 전 맨손으로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 도매를 시작한 후 남다른 성실함과 노력으로 역경을 수차례 넘어 여성복, 남성복, 제화, 잡화, 학생복, 골프복, 스포츠의류,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남부럽지 않은 종합패션 기업을 이뤄냈다. '여성들의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드리고 싶다'는 다소 소박하면서도 실용적인 철학으로, 우리나라 남녀노소 고객들에게 우리 옷을 전해드렸다.

하지만 타는 목마름이 남아 있었다. 수십억 명의 외국인이 우리 옷을 찾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설렐까를 떠올리면서.

그래서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여성복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16년 비로소 세계 시장에 제대로 노크할 만한 기반을 마련했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까스텔바작을 인수해 우리나라에 헤드쿼터를 뒀으며, 또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자법인을 설립해 우리나라 학생복 브랜드 엘리트의 중국 교복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영역을 늘려 가고 있다.

이런 글로벌 도전에 있어 확실한 도화선이 되는 최적의 선택이 바로 송도였다. 많은 사람이 트렌드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강남 사옥 시대를 마치고, 유행에 민감한 패션 기업이 송도로 이사한다면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오랜 사업 경험에 비춰볼 때 리더는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주위에서 어려운 일이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할 때, 그 난제에서 틈새와 기회를 찾아낼 수 있어야 했다. 어떻게 다름을 만드느냐, 대체 불가능한 걸 이뤄내느냐가 성공을 좌우했다.

경쟁이 아닌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곳이 국제도시 송도라고 판단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열려 있는 해안도시,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제공하는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까지, K패션에 제격이겠구나 했다.

산학연이 함께하는 뉴 패션 클러스터를 열겠다는 포부도 한 걸음 한 걸음씩 실현해 가고 있다. 지역 인재 채용은 물론 지역에 소재한 글로벌 대학들과 협업 및 연계, 지역 맞춤 사회공헌 활동까지 해 가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패션복합센터 17층 집무실 창 너머로 바라다보이는 송도의 드넓은 바다는 매일 아침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든다.

영화와 음악 콘텐츠 중심의 한류 열풍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식까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상대적으로 낮았던 K패션 열풍이 올 차례라는 기대가 높다.

한국적이면서도 남다른 이야기를 품은 아름다운 우리 옷을 세계 시장에 자랑스럽게 선보이는 가슴 벅찬 그날을 그려본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섬유산업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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