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날, 서울 여의도에서 반중 집회가 열렸다.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시진핑 주석의 얼굴을 뒤집어 건 깃발을 흔들었고, "중국인 3000만명 무비자 반대"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사태가 커지자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인 안전을 우려하는 사설까지 내보낼 정도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일본은 2000년대 후반 재일 한국인을 겨냥한 거리 시위로 '헤이트 스피치' 문제가 불거졌다. 2009년 교토 조선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죽어라, 돌아가라"를 외친 극우 시위는 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이후 '넷우요(ネット右翼·인터넷 우익)'라 불린 온라인 집단이 혐오 발언을 퍼뜨리며 거리 시위로까지 번졌다. 일본 국회는 2016년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는 선언적 법안에 그쳐 실효성은 약했다. 법 시행 10년을 맞은 내년 일본 법무성은 '온라인 혐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두 헤이트 스피치가 감소하는 대신, SNS에서는 외국인 혐오가 더 교묘하고 집요하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적 역시 재일 한국인을 넘어, 중국인·이슬람·동남아 이주민·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집단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북미·유럽에서처럼 외국인 혐오의 뿌리는 결국 주택·일자리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사회적 불만이 증폭되면, 그 분노가 이방인에게 극단적으로 표출되기 쉽다.
이런 '혐오의 정치'가 이제 한국에서도 정치적 동원의 수단으로 자리 잡을 조짐을 보인다. 정치권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이를 이용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하면 앞장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저 사람 탓'이라고 비난하기 바쁜 것이 오늘날 정치의 한 단면이 됐다. 일본이 겪어온 사회적 병폐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한국이 그것을 답습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서찬동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일본은 2000년대 후반 재일 한국인을 겨냥한 거리 시위로 '헤이트 스피치' 문제가 불거졌다. 2009년 교토 조선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죽어라, 돌아가라"를 외친 극우 시위는 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이후 '넷우요(ネット右翼·인터넷 우익)'라 불린 온라인 집단이 혐오 발언을 퍼뜨리며 거리 시위로까지 번졌다. 일본 국회는 2016년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는 선언적 법안에 그쳐 실효성은 약했다. 법 시행 10년을 맞은 내년 일본 법무성은 '온라인 혐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두 헤이트 스피치가 감소하는 대신, SNS에서는 외국인 혐오가 더 교묘하고 집요하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적 역시 재일 한국인을 넘어, 중국인·이슬람·동남아 이주민·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집단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북미·유럽에서처럼 외국인 혐오의 뿌리는 결국 주택·일자리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사회적 불만이 증폭되면, 그 분노가 이방인에게 극단적으로 표출되기 쉽다.
이런 '혐오의 정치'가 이제 한국에서도 정치적 동원의 수단으로 자리 잡을 조짐을 보인다. 정치권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이를 이용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하면 앞장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저 사람 탓'이라고 비난하기 바쁜 것이 오늘날 정치의 한 단면이 됐다. 일본이 겪어온 사회적 병폐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한국이 그것을 답습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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