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번 거짓말로 후유증 여전
지도자의 말은 곧 미래 궤적
한국은 지금 거짓서 떳떳한가
![거짓말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 이미지. [픽사베이]](https://wimg.mk.co.kr/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2b63f47305f04724aad65552c096cb81_P1.png)
4년간 3만573번의 거짓말.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2021년 집권 1기때 남긴 기록으로 지금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 기록은 워싱턴포스트(WP)가 자체 팩트체커를 기반으로 추출한 것으로, 단순 실언 뿐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거짓까지 포함한다.
미국 블루스 록가수 엘빈 비숍(Elvin Bishop)이 2018년 발표한 곡 ‘Something Smells Funky Round Here’은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여기 어딘가 뭔가 썩은 냄새가 나’ 정도일텐데, 당시 트럼프의 거짓말과 미국의 혼란한 정국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해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지금까지도 전세계에 큰 혼란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에 대선 정국인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한 정치적 거짓말의 대표 사례는 2020년 미국 대선 직후 “선거가 도난당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당시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결과를 부정했고, 지지자들은 그의 말만 믿고 의회로 몰려갔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스탑 더 스틸 (Stop the Steal)’ 이라는 외침은 바로 이때 나온 것이다.
2021년 1월 6일,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연방의회는 결국 이들에 의해 점거당했다. 이른바 세계 최고의 민주국가에서 평화적 정권 이양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의 신뢰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거짓 주장은 경제 정책에서도 예외 없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동안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이 그 비용을 전부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당시에도 관세에 집착하며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미국 의회예산국(CBO)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비용의 대부분은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애플 등 주요 기업은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 기지를 옮겼지만 공급망 혼란과 원가 상승 등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이젠 동남아 생산품에도 관세를 물리겠다는 미국이다.
이같은 정책에도 무역적자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제조업 경기는 둔화하고 농산물·반도체·자동차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는 보복관세로 인해 산업이 악화됐다.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의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거짓말은 제도와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거짓말은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이젠 우리 차례다. 고차원의 통상·안보 환경, 저성장 고착화, 기술경쟁이 가속화된 현 시점에서 한국은 다음 대통령이 어떤 정책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미래 성장 궤적이 결정된다.
하지만 대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후보들의 허위 발언, 말 바꾸기가 한국을 흔들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의 거짓말은 너무 잦다보니 ‘정치적 수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들은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없이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도자의 말은 국민이 살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기업의 투자는 물론 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말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거짓 주장은 결국 많은 사람들의 삶과 국가를 어려움에 빠뜨린다. 트럼프가 한국에 주는 교훈이다.
엘빈 비숍은 “This ain‘t no ordinary stink, it’s got a political twist (이건 보통의 냄새가 아니야. 정치적인 게 들어가 있어)”라고 노래했지만, 그들이 정작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냄새를 모른 척 하지 말고 오히려 냄새를 맡으라는 데 있다.
그렇기에 유권자의 질문도 명확해야 한다. “이 사람은 어떤 말을 해왔는가” “이 정책은 대한민국은 잘 살 수 있게 만들까” “미래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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