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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자 족쇄' 풀렸다 … 현대차·LG엔솔 멈췄던 공장건설 재시동

조지아 사태 27일만에 … ESTA비자 효력 확대
기업들 북미 출장 속속 재개
LG엔솔 "추석 지나 인력선별"
삼성·SK도 가이드라인 정비
일각선 "제도화 없인 미봉책"
韓전용 우대비자 신설 등 숙제

  • 추동훈/박승주
  • 기사입력:2025.10.01 17:51:38
  • 최종수정:2025-10-01 19: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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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정부대표단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비자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워킹그룹'을 출범시키고 1차 협의를 하고 있다.  외교부
한미 양국 정부대표단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비자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워킹그룹'을 출범시키고 1차 협의를 하고 있다. 외교부
단기상용 비자(B-1 비자)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의 미국 반입 장비 설치 허용을 골자로 한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워킹그룹' 1차 협의 결과에 따라 북미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기업들의 불안과 우려가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 한창 설비를 건설 중이거나 투자를 집행 중이던 기업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 투자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국내 대표 산업들도 애매모호했던 비자 문제 해결로 북미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미국과 직간접 사업을 진행하며 이번 비자 문제를 예의 주시해온 국내 기업들은 이번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멈춰 있던 출장 인력 운영 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북미 투자 집행 계획을 다시 짤 예정이다. 당장 이번 비자 논란 사태의 당사자이자 직원 구금 사태를 겪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협의 결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치며 미국 내 공장 운영 정상화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직원 구금 사태 이후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배터리 공장 건설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다.

또 북미 출장 역시 사실상 중단하며 사태 해결 여부를 예의 주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국 간 합의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과 운영 정상화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서 일주일간 구금됐다 귀국한 소속 직원들의 공가가 끝나는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북미 출장 재개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사 막바지인 조지아주 현지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기 위한 인력 투입 역시 신중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르면 추석 연휴 이후부터 북미 출장 인력을 꾸리고 선별할 방침"이라며 "구금됐던 직원들을 포함해 소속 직원들의 의사와 안전을 최우선시해 출장 인력을 꾸려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설명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납품받는 현대차 역시 이번 비자 협상 결과를 환영하며 규정을 준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금 사태 당시 소속 직원은 없었지만 향후 법·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력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미다. 북미에만 2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관련 생산 설비를 포함해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설 등 대규모 신규 시설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북미에서 배터리 사업을 전개 중인 삼성SDI와 SK온 역시 이번 협의 결과, B-1 비자와 ESTA로 해외 구매 장비의 설치뿐 아니라 점검·보수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장치 산업의 특성상 최초 설치 이후에도 끊임없는 유지·보수 및 장비 최신화 업무에 해당 비자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B-1 비자로 미국에 파견된 모든 인력에 대해 숙소 대기를 지시했던 SK온도 본격적으로 사업 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370억달러 규모 투자를 예고한 삼성 역시 비자 문제 해결로 걱정을 덜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그간 ESTA의 출장 활용 문제를 놓고 보수적인 운용을 해왔지만 이번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출장 가이드라인 변화도 이뤄질 방침이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에너지·방산 산업 투자 확대를 예고한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역시 비자 문제 해결로 각종 전문인력 파견과 설비 건설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두 그룹은 현재 현지 파트너 및 미국 정부와 실무 협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제공된 비자 관련 완화 조치는 대부분 임시적·행정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종 합의가 아닌 중간 합의 결과인 만큼 문서화하거나 공식적으로 확정된 규정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자 쿼터 자체가 제한적이고 타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한국 기업 전용 또는 우대 비자 카테고리 신설 등 제도적인 개선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동훈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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