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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호황에 D램·낸드까지 급등 … K반도체 역대급 실적 나오나

AI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HBM 수요 폭발적 증가세
D램·낸드값 한달새 16% 쑥
빅테크, 반도체 주문 이어져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
삼전·하이닉스 실적에 주목

  • 이덕주/박민기
  • 기사입력:2025.10.01 17:39:34
  • 최종수정:2025-10-01 19: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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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가운데 범용 메모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유례없는 '트리플 강세'가 찾아오고 있다.

메모리 가격 분석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계약 가격 기준 DDR5 16Gb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6.10달러를 기록해 8월 말 5.25달러에서 16.19%나 급등했다. D램 평균 가격 기준으로는 6개월 연속 상승해 본격적인 오름세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계약 가격도 32Gb MLC 기준으로 2.05달러에서 2.39달러로 16.59% 급등했다.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낸드플래시 메모리까지 상승세로 완전히 돌아섰다.

이러한 상승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붐이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HBM4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범용 D램 생산능력을 HBM에 배정했다. 범용 D램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D램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부족이 대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 오픈AI,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HBM, D램, 낸드플래시에 대한 주문을 쏟아내면서 메모리 시장 분위기는 올해 초반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1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출하량 점유율 기준 1위는 SK하이닉스(62%), 2위는 마이크론(21%), 3위는 삼성전자(17%)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4에 공급을 개시할 경우 이 비중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마이크론이 지난달 기록적인 분기 실적을 발표한 만큼 10월 발표되는 두 회사의 실적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급등세를 보였다. 1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62% 급등한 8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도 3.6% 급등해 역대 최고점에 근접했다.

유례없는 트리플 메모리 호황을 2018년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역대급 호황과 비교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서 2017년부터 메모리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찾아왔다.

2018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은 매출 86조2900억원, 영업이익 44조57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메모리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도 같은 해 매출 40억4400억원, 영업이익 20조8400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2018년은 데이터센터 투자 때문에 호황이었는데 이번 호황도 데이터센터 투자라는 점에서 같다"며 "당시는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났고 지금은 AI 투자 때문에 생기는 호황"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무는 "현재 사이클이 쉽게 꺼질 거 같지는 않고 계속 상승할 것"이라면서 "AI 반도체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증권은 1일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예측치를 4200억달러에서 49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2029년까지 누적 투자는 2조3000억달러에서 2조8000억달러로 올렸다.

이런 전망 아래 테크인사이츠는 2026년 말까지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모건스탠리증권은 상승세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이것이 터질 경우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전형적인 버블 징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덕주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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