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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삼성TV의 반값"… 美 프리미엄시장 공습

점유율 올리려 무차별 할인
98인치 QLED 고작 230만원
삼성·LG는 가격 변동 없어
AI 장착해 프리미엄 고객 공략

  • 박소라
  • 기사입력:2025.06.06 17:33:32
  • 최종수정:2025-06-06 19: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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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 제조사들이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세계 최대 프리미엄 TV 시장 미국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를 중심으로, 특히 대형 모델에서 가격을 확 낮추며 프리미엄 TV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모습이다.

6일 미국 대표 가전 양판점인 베스트바이에 따르면 TCL은 미국에서 98인치 QLED TV를 1699.99달러(약 23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같은 크기의 삼성전자 98인치 QLED TV와 비교하면 TCL 제품이 삼성 제품보다 50% 가까이 저렴하다.

초대형 TV뿐만 아니라 TCL은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중형급 크기에서도 미국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보다 30~40%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슈퍼볼 시즌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반복하며 시장 침투 속도를 더 높인다. 43형·50형·55형을 비롯한 중소형 TCL·하이센스 QD-LCD TV는 미국 베스트바이에서 200~400달러에 불과하다.

브랜드 신뢰도와 기술 완성도에서 TCL과 삼성·LG를 단순 가격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국 TV 기술이 빠르게 상향 평준화하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층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0.9%, 10.8%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1.6%)와 미국 브랜드 비지오(11.9%)에 이어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중국 TV 브랜드인 TCL과 하이센스를 합치면 삼성전자 점유율에 근접한다.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제조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삼성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중국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 고급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QLED, OLED, 마이크로 LED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고도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개인화 추천, 독자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 차별화도 강화하고 있다.

고사양 TV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미국 내 인건비·물류비 부담도 커진 상황이지만, 연말 할인 시즌 등 일부 시점을 제외하곤 가격 인하 없이 초대형·고해상도 중심의 제품 다변화와 기술 중심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고부가가치 모델 중심으로 일부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현재로선 인상 계획이 없다"는 게 양사 공통된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을 받아 관세는 면제된다. 생산단가가 올라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무시하기는 어려운 변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품의 확산으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섣부른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 TV 브랜드들이 스펙 대비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만큼 삼성과 LG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기술력과 경험을 무기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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