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집 크루키(크루아상+쿠키) 맛보려고 오픈런했어요!”
“여기서 초당옥수수라떼 배경으로 인생샷 건졌습니다!”
미국 MZ세대 사이에서 독특한 콘셉트와 한국적인 메뉴, 재치 넘치는 이벤트로 연일 화제를 모으는 카페가 있다. 현지인 입장에서 낯선 한국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빵과 음료는 기본, 매장 곳곳에 스며든 ‘힙한’ K컬처 코드에 현지인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인기는 단순한 입소문을 넘어 실제 사업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현지인 가맹점주까지 등장했을 정도. 2020년 창업 후 올해 5월 기준 매장만 7개, 연말까지 6개의 추가 매장이 더 문을 열 예정이다. 주력 매장은 월매출이 13만달러(한화 약 1억8000만원)에 육박한다. 현지 기준 단일 카페 치고는 높은 수치다. 전 매장 합산 예상 매출은 100억원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이런 관심의 중심에는 ‘지금 가장 트렌디한 한국’을 전면에 내세운 K베이커리 카페, ‘스모킹 타이거(Smoking Tiger)’가 있다.
6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 현지 F&B(식음료)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창업자 조영광(Noah Cho) 대표가 만든 회사다. 날마다 끊이지 않는 이벤트로 화제성을 계속 이어가며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마침 조 대표와 연락이 닿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스모킹 타이거’를 창업한 특별한 계기는.
스모킹 타이거는 ‘지금의 한국’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브랜드다.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한국을 자주 오가며 요즘 세대의 세련된 감성과 문화적 자신감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아직도 한국 문화가 비빔밥, 한복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 ‘왜 커피와 베이커리 같은 익숙한 경험을 통해 ‘힙한 한국’을 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F&B 업계에서 마케팅 일을 해온 경험 덕분에, 단순히 맛이 아닌 브랜드와 문화의 힘으로 다가가는 카페를 만들 수 있었다.
Q. ‘스모킹 타이거’의 사업 모델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해달라.
스모킹 타이거는 MZ세대를 위한 한국 감성 베이커리 카페다. 단순히 커피와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요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브랜딩과 재미있는 마케팅을 통해 ‘지금의 한국’을 경험하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요즘 고객들은 SNS를 통해 브랜드를 먼저 간접 경험한다. 그래서 매장 하나하나를 디자인, 메뉴, 음악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설계한다. 스모킹 타이거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감성, 맛, 그리고 정서를 미국 현지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스모킹 타이거다.

Q. ‘스모킹 타이거’라는 상호명이 인상적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의미 외에, 이 이름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스모킹 타이거’는 전래동화 속 익숙한 표현에서 영감을 받은 게 맞다. 동시에 외국인들이 들었을 때 강렬하고 잊히지 않는 이름이기도 하다. 전통과 현대,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이 이름처럼 우리 브랜드도 한국의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의 문화와 스타일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고자 했다. 스모킹 타이거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멋지게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Q. K컬처에 관심 많은 외국인들에게 젊고 힙한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스모킹 타이거’가 생각하는 ‘힙한 한국 문화’란 무엇이며, 이를 매장 운영에 어떻게 접목했나.
‘힙한 한국 문화’는 단순한 K팝이나 K인테리어가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힙함은 지금의 한국이 가진 감성, 미학, 그리고 창의성, 즉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세련됨과 따뜻함이 함께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감성은 요즘 세대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스모킹 타이거는 그것을 커피와 베이커리, 공간, 콘텐츠에 녹여내며 전달하고 있다. 기존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룰이나 틀에 맞추기보다, 우리가 정의한 기준과 방향성에 따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진짜 멋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지금을, 우리 방식으로 풀고 있는 브랜드다. 예를 들어 BTS 뮤지엄 이벤트 팝업, LA의 자동차 밋업 ‘카즈 앤 커피(Cars and Coffee)’ 협업, 아시안 뮤직 페스티벌 ‘헤드 인 더 클라우즈(Head in the Clouds)’ 커피 팝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LA에서 유행하는 ‘아침 커피+DJ EDM’ 이벤트를 한국 DJ와 함께 준비 중이다.


Q. 흑임자, 유자, 쑥 등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현지인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이러한 식재료를 선택한 계기, 외국인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커피와 빵은 미국인들의 일상 속 가장 익숙한 음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친숙한 포맷에 한국의 전통 재료를 자연스럽게 녹여, 고객들이 거부감 없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R&D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흑임자, 유자, 쑥 같은 재료도 단순히 ‘특이함’이 아니라,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으면서 오히려 깊이감을 더해주는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단순한 퓨전이 아니라, 익숙하면서도 처음인 경험이다. 한 입 먹었을 때 “이거 뭐지?” 싶다가도 금세 “이거 계속 생각나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Q. 바나나우유, 딸기우유, 초당옥수수 같은 한국적인 맛을 에스프레소와 혼합한 음료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무엇인가.
메뉴 개발은 사실 굉장히 직관적이고 진짜 MZ스럽다. 나를 포함해 팀원 모두가 MZ세대다 보니, 우리가 직접 마셔보고 ‘와, 이건 우리가 돈 주고 사 마시겠다’ 싶을 때 비로소 출시한다. 수십 번의 테스트는 기본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한국 재료의 깊은 맛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시스템에 맞게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시럽과 원재료를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야 해서 물류와 유통에서 도전이 많지만,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점점 해결해나가고 있다.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나나라떼’와 ‘초당옥수수라떼’다. 익숙한데 처음인 맛, 그것이 우리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한국에서 공수한 소품과 가구, 한국 음악 등 매장 전반에 한국적인 요소가 강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고객 반응이 있다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뚜렷하게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한국적인 인테리어나 음악이 일종의 ‘문화 체험’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오히려 더 많은 현지 고객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즐기고, 새로운 메뉴나 분위기에 오히려 흥미를 느끼고 찾아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어떤 고객이 매장에서 흐르던 한국 음악이 너무 좋다며 직원에게 곡 제목을 물어보고, 메모해 갔던 순간이다.
Q. 사업 확장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현재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7개 매장(직영 6, 가맹 1)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새로 열릴 6개 매장 중 4개가 가맹점이다. 텍사스, 조지아, 뉴욕 등지로 확장을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는 연간 10~20개 매장을 출점하며, 5년 내 100~150개 매장, 2억달러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대형 매장의 월평균 매출은 13만~15만달러, 소형 매장은 8만~9만달러 수준이다.) 이를 위해 투자 유치도 했다. 한국의 스트롱벤처스와 엔젤 투자자 등이 참여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시장 흐름 속에서 ‘한국 감성의 프리미엄 카페’라는 정체성을 강화했고, SNS 마케팅과 배달 중심 운영 전략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 내 ‘K카페’ 문화를 이끄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Q. ‘스모킹 타이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카페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 건, 한국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다. 카페는 단지 시작점이다. 스모킹 타이거는 커피와 빵을 팔지만, 그 안에 한국의 디자인, 음악, 감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담은 경험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 플랫폼 위에 앞으로 더 많은 K브랜드(패션, 푸드, 콘텐츠, 뷰티 등)가 올라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미국 소비자에게 한국을 익숙하게, 그러나 새롭게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그 흐름을 타고 더 많은 한국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다. 스모킹 타이거가 잘된다는 건, 우리만 잘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증명이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 시작점이자, 디딤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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