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일부 매각 논의 시작

29일 오후 찾은 한국GM 부평공장 분위기는 고요했다. 퇴근하던 근로자 A씨는 “어젯밤 회사가 발표한 자산 매각 소식에 대해 직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며 “회사는 철수 안 한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정작 움직임은 그 반대로 보여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GM은 직영 서비스센터 9곳과 부평공장 토지·설비 일부 매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한국GM의 완강한 부인과 부평공장 1만대 증산 결정 등으로 가라앉았던 철수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GM은 이번 조치가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이라며 “유휴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센터 운영 합리화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미국 본사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추측한다. 한국GM은 5월 들어 시행된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의 직격탄을 맞았다. GM 본사가 늘어난 관세 부담을 한국GM에 전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GM이 부랴부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최근 리모델링을 끝내고 오픈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서울 영등포의 직영 서비스센터까지 매각 대상에 오른 점은 한국지엠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GM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유럽, 인도 등에서 현지 공장을 매각하고 전격 철수한 전례가 있다. 한국 군산공장 폐쇄 역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 B씨는 “GM의 본사 결정에 따라 철수가 내려지면 한국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문제가 되는 관세 부과부터 변동성이 큰 만큼 한국GM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민선 한국GM 상무는 “부평공장 토지나 설비 매각은 결정된 뒤 통보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논의가 시작되는 문제”라며 “노조와도 협의를 거쳐 발표된 사안으로 철수와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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