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후보들은 AI 진흥을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3개 분야에서 정책 공약을 내놨는데, 이 중 하나가 세계 3대 AI 강국을 만들겠다는 'K-AI 이니셔티브 전략'이다. AI 투자 100조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최소 5만개 확보부터 생성형 AI 무료 사용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는 "한국형 챗GPT를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다면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이것이 신산업 창출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10대 공약에 'AI·에너지 3대 강국'을 만들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AI·바이오·양자·우주를 다루는 대통령 직속 '대한민국 3+1 위원회'를 설치하고, 100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 AI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모태펀드 재원은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팁스(TIPS) 프로그램을 통해 2만개 기술 창업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AI 진흥보다는 실효성에 방점을 찍어 해외로 이전한 국내 기업을 다시 유치하는 '리쇼어링' 촉진 방안을 중소·벤처기업 분야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통 공약 중에서는 민관이 함께 투자하는 모태펀드 확대와 모태펀드 존속 기간 연장이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2005년 출범한 모태펀드는 존속 기간이 30년으로 정해져 있어 2035년이면 사라지게 되는데,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존속 기간 연장 또는 폐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AI 투자 100조원'은 업계에서 가장 질타를 받는 공약이다. '불가능한 숫자' '투자 효율이 나겠느냐' 등 비판이 적지 않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는 클라우드·빅데이터·블록체인이 테마였고, 차기 정부는 AI를 부르짖고 있다"며 "국가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연관 없는 분야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택경 매쉬업벤처스 대표는 "혁신이나 트렌드는 정부 예측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며 "AI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시선을 넓히고, 같은 AI라 하더라도 코어 엔진인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집중할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힘을 실을지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0조원'이란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투자할 기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술이 검증된 스타트업이 사업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자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빅테크를 선도하는 초거대 스타트업(기업가치 유니콘 2배)을 육성하려면 정부 지원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팁스 연구개발(R&D) 지원자금은 10년째 기업당 최대 5억원이다. 일본은 기업당 최대 6년간 30억엔(약 270억원), 프랑스는 기업당 최대 3년간 200만유로(약 32억원)를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스타트업 후보를 매년 50곳씩 지정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성장 사다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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