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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고 자면 꿀잠’ 이 반지 日 아마존서 1위...만든 곳은 ‘韓 스타트업’

  • 박수호
  • 기사입력:2025.05.10 13:00:00
  • 최종수정:2025.05.1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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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아마존에서 때아닌 ‘반지 돌풍’이 불고 있다. 한국의 웨어러블 테크 스타트업 앱포스터가 내놓은 스마트링 ‘브링(b.ring)’ 얘기다. 브링은 출시 단 두 달 만에 일본 아마존 ‘스마트 링’ 키워드 검색 순위 1위, 요도바시카메라 온라인 스토어에서 1위까지 석권했다. 지난 5월 5일에는 아마존재팬 베스트셀러 1위(활동량계 부문)에도 올랐다. 일본 주요 전자제품 유통사인 요도바시카메라 전국 23개 지점에도 입점하며 무서운 기세를 보인다.

손목 시계형 스마트워치도 아닌 ‘반지’로, 그것도 ‘수면 관리’라는 특정 기능에 집중한 기기로 어떻게 일본 시장을 단숨에 사로잡았을까. 이런 성과 뒤에는 이탈리아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인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의 남다른 통찰력과 독창적인 사업 모델이 숨어 있다.

일본 아마존서 1위에 오른 스마트링 ‘브링(b.ring)’. (앱포스터 제공)
일본 아마존서 1위에 오른 스마트링 ‘브링(b.ring)’. (앱포스터 제공)

“밤에 스마트워치 왜 벗을까?”...‘꿀잠 반지’ 탄생의 배경

경 대표는 앱포스터 창업 후 오랫동안 스마트워치의 배경화면 디자인·액세서리 사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통상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은 홍보할 때 착용자의 건강 상태를 측정, 관리할 수 있다고 해왔다. 그런데 정작 침실에 들 때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수면의 질을 분석해줄 수 있는 좋은 기능이 있어도 잘 때는 시계를 빼놓고 자는 사람이 대다수라서다.

경 대표는 ‘왜 사람들은 잠잘 때 스마트워치를 벗을까?’에 주목했다. 충전해야 하거나, 수면 중 거슬리는 착용감 때문이었다. 건강 관리의 핵심인 양질의 수면 데이터는 바로 잠자는 동안 얻을 수 있는데 말이다.

여기서 앱포스터는 기회를 봤다. 가장 정확하게 생체 신호를 측정하면서도 수면 중 전혀 방해되지 않는 기기를 고민하다가 떠올린 것이 반지였다. 손가락은 피부가 얇고 혈관이 풍부해 심박수, 혈중 산소 포화도 등 정밀한 생체 신호 측정이 가능하다. 성인 정도면 반지를 끼고 자는 데 익숙하기도 하다.

브링은 스마트링 착용자 중 비슷한 연령, 성별 대비 ‘나의 수면 품질’을 앱을 통해 비교, 개선할 수 있다. (앱포스터 제공)
브링은 스마트링 착용자 중 비슷한 연령, 성별 대비 ‘나의 수면 품질’을 앱을 통해 비교, 개선할 수 있다. (앱포스터 제공)

브링은 그래서 이 장점을 활용해 ‘수면 관리용’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반지를 끼고 자면 알아서 스마트링이 수면 시간, 수면 단계(깊은 수면, 얕은 수면 등), 심박 변이도, 스트레스 지수 등 상세한 수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한다.

경 대표는 “단 2.9g(7호 기준)의 초경량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잠잘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며 “최대 9일까지 지속되는 배터리 성능 덕분에 충전하려고 자기 전에 빼놓을 필요가 적다는 점도 매일 충전해야 하는 스마트워치와 강력한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판매 넘어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로 진화

실제 시장에 내놓자 한국보다 일본에서 반응이 더 뜨거웠다. 초도 물량 3000개가 순식간에 동났다. 그러면서 앱포스터는 뜻밖의 사업 모델을 발견한다. 브링을 통해 축적된 사용자의 생체·수면 데이터가 의외로 높은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매일 전 세계 사용자의 비식별 데이터가 쌓이면서 스마트링 착용자 중 비슷한 연령, 성별 대비 ‘나의 수면 품질’을 앱을 통해 비교, 개선할 수 있다. 이 기능 덕분에 고객들은 매번 자고 일어나면 내 수면 품질을 비교, 확인하면서 앱 활성화가 자연스레 된다고. 여기서 더 나아가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수면 분석, 개선 가이드까지 제공할 예정이라고.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 (앱포스터 제공)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 (앱포스터 제공)

경 대표는 “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트렌드에 맞춰, 브링은 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된 개선 솔루션을 제시하며 시장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향후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이다. 수면 관리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시작으로 폭넓은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앱포스터 어떤 회사?

앱포스터의 이러한 독특한 접근 방식은 창업자 경성현 대표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탈리아에서 가구,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일찌감치 “IT 기기가 작아지면서 결국 신체에 착용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직감했다. 디자인적인 미학과 기술적 혁신을 결합해 ‘디지털 시계방’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앱포스터를 시작했다.

스마트워치 시장 초기부터 ‘워치페이스’와 ‘스트랩’과 같은 액세서리 시장에 주목한 것도 그의 디자인 배경에서 비롯된다. 사용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한 그는 ‘미스터타임(MR TIME, 현 TIMEFLIK)’이란 브랜드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워치페이스를 디자인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려지면서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부터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소속된 T1, 그리고 K팝 스타 에스파까지 다양한 문화계 유명인사와 협업할 수 있었다.

경성현 대표는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수면 분석, 개선 가이드까지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앱포스터 제공)
경성현 대표는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수면 분석, 개선 가이드까지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앱포스터 제공)

경 대표는 “미스터타임을 통해 얻은 디자인, 협업 노하우와 함께 스마트워치 하드웨어에 대한 오랜 고민이 브링 개발의 밑거름이 된 셈”이라고 밝혔다. 최근 브링의 선전을 계기로 그의 비전은 또 한번 바뀌었다. 애초 ‘세계 제일의 디지털 시계방’을 지향했으나 앱포스터는 이제 ‘웨어러블 분야의 독보적인 선두 기업’을 목표로 한다. 이런 독창적인 플랫폼, 해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5월 기준 누적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경 대표는 “일본 아마존 1위 등의 성과가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일본, 미국 등 글로벌 투자사와 투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연동 서비스 등 혁신적인 웨어러블 경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앱포스터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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