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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로 버크셔 시총 1조달러 돌파 [US Report]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60년 만에 은퇴

  • 오마하 = 윤원섭 특파원
  • 기사입력:2025.05.09 13:09:35
  • 최종수정:2025.05.09 13: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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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60년 만에 은퇴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4)가 지난 5월 3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제60회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 4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은퇴를 선언했다. 2021년 그렉 아벨 비보험 부문 부회장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지만 자신은 은퇴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온 그가 이토록 빨리 물러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버크셔해서웨이 전망이 그렉 아벨 경영 아래서 더 좋을 것”이라며 “내가 모든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 결정’ ”이라고 강조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다음 날 6월 4일 이사회를 열고 버핏의 뜻대로 아벨을 CEO로 올리되 버핏은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주총 질의응답 말미에 버핏 회장이 올해 말 CEO 자리를 넘겨주겠다고 발표하자 주총장은 일순간 술렁였고 곧이어 수고했다는 의미의 박수가 객석에서 크게 흘러넘쳤다.

지난 5월 3일(현지 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 주주 등 4만명이 운집해 있다. (윤원섭 특파원)
지난 5월 3일(현지 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 주주 등 4만명이 운집해 있다. (윤원섭 특파원)

“관세 무기 되면 안 돼” 트럼프 비판

AI 확대에 에너지·전력 투자 추천

버핏 회장은 주총에서 “무역이 무기가 되면 안 된다. 무역이 전쟁 행위(act of war)가 될 수 있다”며 작심한 듯 도널드 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관세 전쟁으로 인한 미국 달러 약세를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달러화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자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버핏 회장은 ‘미국 예외주의’에 대해서는 강한 믿음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무에서 시작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여전히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관세 전쟁으로 인한 주식 시장 급변동성에 관해서도 그는 “최근 30일 혹은 45일, 100일 동안 일어난 것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1929년 대공황과 비교하면 최근의 변동성은 “큰 움직임이 아니다. 극적인 약세장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유망 투자처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 내 전기와 에너지 부문’을 추천했다. AI 열풍으로 전력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주주들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역대 최대 규모 현금성 자산을 쌓아둔 배경과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342억달러에서 올해 3477억달러(약 487조원)로 불어나면서 기록을 또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경기 침체를 대비한 조치 등으로 해석해왔다.

버핏 회장은 “현금성 자산을 500억달러 미만으로 낮추고 싶다”면서도 “그 돈으로 언제 투자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엄청나게 매력적인 것(투자처)은 매우 가끔씩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투자를 위해 당분간 현금을 쌓아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버핏 회장은 1965년 부실 방직공장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해 60년 만에 시가총액 1조2000억달러(약 1683조원)에 달하는 대형 투자 회사로 키웠다. 비(非)테크 기업 중 시총 1조달러를 넘은 곳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유일하다. 성공 비결이 버핏의 트레이드마크 ‘가치투자’가 핵심 요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가치투자는 ▲내재 가치가 시장 가치보다 높을 것 ▲장기 투자할 것 ▲아는 것에 투자할 것 등 3대 원칙으로 구성된다.

한편 캐나다 출신인 아벨 부회장은 1984년 앨버타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서 근무했다. 1992년에 미드아메리칸에너지에 입사한 후 버크셔해서웨이가 이 회사를 1999년에 인수하면서 버크셔해서웨이에 합류했다.

[오마하 = 윤원섭 특파원 yoon.wonsup@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9호 (2025.05.14~2025.05.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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