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롯데백화점 명품 매출이 총 5% 증가한 가운데, 시계와 주얼리는 20% 신장했다. 가방과 패션 매출이 주춤한 사이 '하이엔드 액세서리' 매출이 늘면서 전체 명품 매출을 견인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4월 럭셔리 주얼리·시계 성장세가 27.1%에 달했다. 명품 전체 성장률(8.4%)의 3배 이상이다. 럭셔리 주얼리·시계의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3년만 해도 5%대 성장률이었던 럭셔리 주얼리·시계는 지난해 23%, 올해(1월 1일~4월 29일) 35%로 폭증하고 있다.
국민 소득 향상으로 '명품백'이 대중화되면서 희소성과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수요가 고가 하이엔드 액세서리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여행을 못 가니까 사람들이 명품 가방을 엄청 샀다. 이제는 너무 흔해져서 고가 시계와 주얼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명품 시계와 주얼리는 '한정판매'로 희소성을 지켜 재테크 가치가 높은 점도 인기 원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주얼리·시계는 과거 혼수·예물 수요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금값 상승으로 인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경기 불황 속 중산층은 지갑을 닫지만 고액자산가 등 VIP 고객의 수요는 견조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악화하긴 했지만 백화점 VIP 고객들의 구매력은 여전하다. 남들과 차별된 아이템을 찾다 보니 하이 주얼리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럭셔리 주얼리·시계가 백화점 매출을 좌우하는 주력 상품군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럭셔리 주얼리·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1~2월) 19%로, 2019년(8%) 대비 두 배 이상 커졌다.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계 박람회에는 신세계·현대백화점 고위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가 패션쇼를 개최했지만, 국내 백화점 CEO들의 관심은 스위스 시계박람회에 있었다. 롤렉스,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등 60여 개의 명품 시계 브랜드가 참가한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였다. 시계 브랜드 확대가 절실한 백화점 업계는 유명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치열한 영업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명 시계 브랜드는 각 지역에 매장을 딱 한 곳만 낸다"면서 "신세계와 현대는 광주에 출점을 앞두고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를 위해 치열한 물밑작전을 벌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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