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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가 오를수록 産銀 건전성 '뚝'…"K조선 부활한 지금이 매각 적기"

25년만에 … 산업은행, 한화오션 지분 전량 팔기로
잘나가는 한화오션 매각 왜?
트럼프 당선후 주가 3배 껑충
産銀 지분가치 2.2조 → 5.3조
위험자산 늘어 BIS 비율 하락
개선 위해 주식비중 줄이기로
매각 어떻게 진행되나
지분 3~5%씩 쪼개 블록딜
규모 너무 커 통매각은 부담
한화, 추가매수 나설지 주목

  • 박인혜/우제윤/김제림
  • 기사입력:2025.04.28 18:10:04
  • 최종수정:2025-04-28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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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회장
강석훈 회장
한국산업은행이 25년간 보유 중이던 한화오션의 지분 매각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이례적인 K조선업 호황이 있다. 2010년대 지속된 불황으로 고전했던 한국 조선업은 최근 1~2년간 실적 회복에 이어 강한 트럼프 효과까지 더해지며 새로운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28일 한화오션은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1분기 매출 3조1431억원, 영업이익 25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7.6%, 영업이익은 388%가 늘어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연결기준 매출 6조7717억원을 달성해 두 자릿수 성장을 했고, 삼성중공업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 늘어난 2조49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은 주가를 끌어올렸다. 한화오션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일(2024년 11월 6일) 2만7800원이었지만, 연말(12월 30일) 3만7350원으로 두 달이 채 안되는 기간 34%가 올랐다. 올해 들어 주가는 더 강한 상승을 보이며 28일 8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개월 만에 주가가 3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올 들어 한화오션의 주가 상승폭은 139%로 HD현대중공업 39%, HD현대미포 24%, HD한국조선해양 16.9%를 압도한다.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효과 덕분이다. 미국 내에 조선소가 있는 만큼 선박 유지·수리·보수(MRO) 사업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한화오션은 미국 군함 MRO에서 연 5~6척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오가는 현재를 매각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산업은행 감사보고서상 보유 한화오션 지분의 시장 가치는 2조2312억원이었다. 28일 주가 기준으로 지분 가치는 5조3000억원이 넘는다. 불과 4개월 차이로 매각 차익이 3조원이 넘게 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2022년 한화그룹에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투자 유치했을 때 '헐값 매각' 논란에 시달렸던 경험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이번 블록딜이 주가에 단기적으론 부정적일 수는 있지만 수급 요인에도 불구하고 액화천연가스(LNG)선과 같은 고수익성 선박의 매출 인식이 계속 반영되는 추세라 이익 전망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화오션 매출에는 2020~2021년 수주한 저마진 선박 비중이 줄어들고 고마진 선박 비중이 높은 작년 수주가 30%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작년 매출에 2021~2022년 수주분이 대다수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다.

다만 이제 수요예측을 시작한 만큼 최종적으로 산업은행이 원하는 물량만큼 매각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분을 3~5%씩 쪼개서 블록딜 형태로 팔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얼마만큼의 물량이 소화될지는 업황과 경기 상황에 달려 있다. 다만 K조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대주주인 한화그룹이 산업은행이 매각하는 물량을 사들일지도 관심사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 지분의 절반을 확보한 만큼 굳이 추가 지분을 확보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고 보기도 한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자꾸 낮아지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문제도 한화오션 지분 매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데 금융당국은 13% 이상을 권유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 중 매각이 자유로운 것은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산업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에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한국전력이다. 다만 한전의 경우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산업은행을 포함한 정부는 반드시 한전 지분의 5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매각이 사실상 어렵다. 산업은행이 현금화에 나설 수 있는 보유 주식은 한화오션밖에 없는 셈이다.

20년 넘게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던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자신의 임기 만료를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총대를 멨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인혜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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