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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살쾡이처럼 연기 가장 친한 배우는 설경구 [Star&Talk]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 기사입력:2025.04.25 10:24:29
  • 최종수정:2025.04.25 1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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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느끼는 대로 다 표출하고 비상식적으로 행동해보니,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나름 해갈이 된 거 같아요.”

세상 무해한 천재 변호사에서 사이코패스 천재 의사로 얼굴을 싹 바꾼 배우 박은빈(33)은 이같이 말하며 씨익 웃었다.

그가 연기한 ‘세옥’은 도끼눈을 뜨고 소리를 질러대는 건 기본, 사람들 앞에서 스승 얼굴에 침도 뱉는다.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전형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떠올리면 ‘하이퍼나이프’ 속 박은빈의 모습은 당혹스러울 정도다.

그러니 또 통했다. 작품은 지난 3월 19일 공개 후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중 최다 시청을 기록하며 최근 성공리에 종영했고, 박은빈은 또 한 번 ‘연기 천재’란 수식어를 확고히 했다. 박은빈은 “악역이어서, 기존 이미지를 깨려고 선택한 건 아니다”라며 “ ‘사람을 살리려 애쓰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하는 의사’라는 설정에 끌렸고, ‘신선하고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제작사의 이야기에 혹했다”며 웃었다.

“세옥은 여러 건의 살인을 저지릅니다. 어떤 이유에건 살인은 미화할 수 없잖아요. 차라리 빌런이면 마음껏 악행을 저질렀을 텐데, 사람을 살리려 굉장히 노력하기도 하거든요. ‘시청자들이 공감은 못해도 이해는 가도록, 이해는 못해도 공감은 하도록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사이코패스라면 통상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을 떠올리지만, 세옥은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악을 쓰는 어린아이 같다. 박은빈은 “전혀 통제가 안 되는 야생 살쾡이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몸집이 큰 편이 아닌데 기세만큼은 지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스승 덕희(설경구 분) 역시 미치광이다. 본성을 숨기고 주류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던 중 세옥을 만난 뒤 ‘나름의 방식으로’ 진정한 스승이 되기로 한다. 이들은 거칠게 대립에 대립을 거듭한다.

박은빈은 “덕희는 환자 때문에 울어본 경험이 없는 세옥을 일깨우려 비정상적인 노력을 하지만, 문제는 세옥이 그런 가르침조차 원치 않는다는 거다. 닮아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인물이라 어긋난다”며 “자기중심적이고 극도로 이기주의적인 사람들이다. 어쩌면 우리 세상에도 이런 이들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덕희가 설경구 선배였기에 나 또한 우려보단 수월하게 세옥이 될 수 있었다. 선배의 출연에 ‘드디어 만나는구나’ 싶었고, 걱정이 사라졌다. 사실 많이 의지하려 했는데 선배께서 배우 대 배우로 동등하게 대해주셔서 깊게 논의하고 고민을 나누며 함께 만들어갔다”고 했다. “선배님께 ‘이제부터 가장 친한 배우는 설경구라고 해도 되느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웃음).”

아역부터 시작해 벌써 30년 차다. 박은빈은 “전편을 모두 공개하고 나서야 ‘세옥’을 후련하게 보내줄 수 있었다. 감사 또 감사할 따름”이라며 뿌듯해했다. 벌써 차기작도 확정됐다. 내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더 원더풀스’다. “이번에는 한없이 즐거운 작품이에요. 계속 다른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고, 그 덕분에 지치지 않고 직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주세요, 저 또한 꼭 보답하겠습니다.”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han.hyunjung@mkinternet.com]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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