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대출로 자금 마련할 듯
시간외거래서 주가 9% 급등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보유지분 전량(10%)을 전격 인수키로 한 것은 시장에 책임경영 메시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는 10일 “이 총괄회장이 주식을 증여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정 회장은 능동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주식을 인수하기로 결단했다”며 “그만큼 책임지고 이마트 그룹의 경쟁력을 높여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 회장의 주식 매입은 증여를 받는 방식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우선 정 회장은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자비용만 따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자만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거래는 대주주간 거래인 만큼 20% 할증이 적용된다.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총 278만7582주다. 이날 종가(6만4800원) 기준으로 18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정 회장은 여기에 할증된 금액인 2100억원을 모친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 총괄회장은 주식 매도에 따른 양도세를 400억원 가량 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현금을 정 회장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할 경우 10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정 회장이 부담해야 한다. 대략적으로 총 비용이 1500억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이번 주식 매매 없이 증여를 받는 방식으로 주식을 넘겨 받는다면 증여세 900~1000억원만 내면 된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정 회장의 이마트 보유 주식은 기존 18.56%에서 28.56%로 늘어난다.
재계 관계자는 “세금 등 비용을 고려하면 증여를 받는게 더 이득이겠지만 정용진 회장이 사재를 털어 주식을 가져와 오롯이 자신의 판단과 책임하에 경영을 하는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면서 “앞으로 나오는 이마트의 성과는 정용진 회장의 경영 결과로 지켜봐달라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마트 측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이 개인 자산을 투입해 부담을 지고서라도 이마트 지분을 매수하는 것은 이마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간 분리 경영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6%를,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6%를 보유하고, 이명희 총괄회장이 양쪽에 각각 10%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당시 관심은 이 총괄회장 지분을 어떻게 남매에게 정리하느냐였다.
2020년 이명희 총괄회장이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남매 경영 체제를 점차 ‘분리 경영 체제’의 틀로 완성해갔던 터여서, 이 회장이 각각 보유한 지분 10%가 증여 등을 통해 남매에게 완전히 넘어갈때가 본격 분리경영이 실현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분리경영’을 공식 선언 한 후 3개월만에 정용진 회장은 증여대신 이 회장 지분 전량 매수를 택하면서 이마트 ‘독자 경영’ 행보를 공식화했다.
이 회장의 지분 취득 공시로 이마트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9% 가량 상승했다. 한국기업 거버넌스에서는 상속세 절감을 위해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있는데 이마트의 경우는 이같은 리스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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