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택배 보내고 공과금 내러 가요”…편의점, 이젠 동네 만능 서비스 창구로

백화점 제친 편의점…변화 멈추지 않는다 생필품·기호식품 판매 넘어 식음료 산업 중심지로 부상 페이 충전·결제 금융서비스 퀵·택배는 물론 택시호출도 1인 가구 증가로 성장 계속 시니어 세대도 적극적 창업 日처럼 여러 역할 담당하는 지역 거점 커뮤니티로 진화

  • 이선희,김시균
  • 기사입력:2025.01.11 06:01:54
  • 최종수정:2025.01.11 06:01:5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백화점 제친 편의점…변화 멈추지 않는다

생필품·기호식품 판매 넘어
식음료 산업 중심지로 부상
페이 충전·결제 금융서비스
퀵·택배는 물론 택시호출도
1인 가구 증가로 성장 계속
시니어 세대도 적극적 창업
日처럼 여러 역할 담당하는
지역 거점 커뮤니티로 진화
편의점
편의점

35년 만에 처음으로 유통 업계 왕좌를 꿰찬 편의점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을 완전히 벗어났다.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편의점 유통망은 슈퍼·마트를 대체하는 식음료 산업 중심이자 식문화 트렌드의 최전선을 맡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유통 채널을 넘어 일본처럼 여러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 거점’ 역할도 수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50·60대 시니어 세대가 편의점 창업에 적극 뛰어드는 배경이다.

1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은 단순 생필품과 기호식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신선식품, 고급 주류, 인기 굿즈, 패션·뷰티, 스포츠용품 판매는 물론 금융서비스, 퀵 배송·국제우편물 등 물류 서비스, 택시 호출 같은 교통 서비스까지 아우른다.

이동훈 GS25 영업기획팀장은 “대형마트·백화점 시장과 달리 편의점 산업은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매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다른 오프라인 플랫폼에선 줄이고 있는 기능들이 편의점으로 속속 편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편의점

편의점은 복합문화시설로 진화하고 있다. GS25는 일반 편의점 2배인 45평(약 149㎡) 규모의 ‘특화 편의점’을 늘리며 전 연령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류 강화점(전국 526곳), 신선 강화점(515곳), 카페 특화점(22곳), 금융 특화점(2곳), 스포츠 특화점(3곳), 리테일 테크 특화점(3곳), 팝업 특화 편의점 도어투성수(1곳)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지역 성격에 맞게 콘셉트를 정해 특화한 것으로, 기존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물류 거점으로서 배달 서비스도 확장하고 있다. GS25는 2016년 퀵커머스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67.8%로 성장했다. 이륜전기차 배터리 교환 매장도 400곳 이상으로 늘리며 모빌리티 플랫폼으로도 변모 중이다.

편의점
편의점

CU는 2019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6.7%에 달한다. 최근엔 우정사업본부와도 손잡고 국제우편물 픽업·운송 사업 추진도 검토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새해엔 카카오 모빌리티와 함께 택시 호출 서비스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업계는 스리펀 서비스(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네이버 머니 충전·결제 서비스(GS25·CU·세븐일레븐), 토스 머니 충전·결제 서비스(CU) 등 금융서비스로까지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사진설명

시장 전망이 밝으니 편의점 사업에 새롭게 뛰어드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신선식품을 특화한 ‘킴스편의점’을 2023년부터 서울 전역 5개 매장(봉천점, 신촌점, 도곡점 등)에서 운영 중이다. 기존 편의점과 달리 담배를 팔지 않고 신선식품, 로컬푸드에 집중했다.

편의점 창업에 뛰어드는 50·60 시니어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CU에 따르면 50·60 시니어들의 편의점 창업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최대치를 찍었다. 2022년 CU의 50·60대 신규 점주 비율은 40%였으나 2023년 42.5%, 지난해 45%로 늘어났다. 이 기간 새로 생긴 시니어 운영 점포만 1600여 곳이다.

그중 60대는 2022년 10.3% 비중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11.1%로 상승했고 올해는 14.0%로 비중이 크게 뛰었다.

GS25도 마찬가지다. 2023년 28.4%를 차지했던 50·60대 이상 신규 점주 비율은 지난해 29%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점포 수는 4938곳에서 5220곳으로 300곳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6년째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장 모씨(65)는 “카페 등 다른 업종도 고려했지만 편의점 산업이 전망이 좋고 생업을 잇기에 안전해 보였다”며 “마트를 운영할 때보다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4년째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이 모씨(55)는 “매일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기쁘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시니어 세대의 편의점 창업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
편의점

업계는 국내 편의점 시장이 일본처럼 ‘종합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이 대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때 구호물품을 제공하는 재난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편의점은 유통처에 머무르지 않고 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CU는 2017년부터 미아보호 신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GS25와 CU는 애견보험도 판매하고 있다.

이동훈 팀장은 “국내 편의점도 이젠 일본처럼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최적화된 그물망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사회의 다목적 기능을 수행하는 오프라인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아동, 여성, 노인 등 지역민 안전을 지키는 오프라인 거점지 역할까지 담당하면서 업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