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12 17:25:02
1960년대 미국 서프록 열풍을 이끈 전설적인 록 밴드 비치보이스(The Beach Boys)의 공동 창립자이자 리더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이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윌슨의 가족은 전날 그의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 전 세계와 이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는 2024년 아내 멀린다의 사망 이후 치매 증세가 악화해 후견인 체제 하에 요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이언 윌슨은 196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호손(Hawthorne)에서 동생 칼, 데니스 윌슨, 사촌 마이크 러브, 친구 앨 자딘과 함께 비치보이스를 결성했다. 서핑과 자동차, 로맨스를 주제로 한 ‘Surfin’ U.S.A.’, ‘California Girls’, ‘Fun, Fun, Fun’, ‘Help Me, Rhonda’ 등 경쾌한 히트곡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미국 서부 해안 청춘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윌슨이 편곡한 몽환적인 화음(harmony)은 비치보이스만의 독보적인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후에도 ‘Good Vibrations’, ‘God Only Knows’ 같은 명곡으로 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들 곡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회자되는 불후의 명곡이다.
하지만 윌슨의 삶은 음악적 영광과는 대조적으로 가정 내 학대, 약물 중독, 정신질환, 우울증, 환청 등으로 점철됐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2007년 인터뷰에서 “나는 매우 고통스럽고, 마치 유령에 씌인 듯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윌슨의 지인 두 명은 가족의 요청으로 법원에 후견인 선임을 신청했다. 법원은 윌슨이 자가 병간호가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해 정식 후견인 체제 돌입을 결정했다.
윌슨은 생전 빌보드 톱 40에 36곡을 올리며 미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고, 초창기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그는 단지 시대를 풍미한 음악가를 넘어, 현대 팝과 록 음악의 진화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유산은 단순한 히트곡 목록을 넘어, 음악의 예술적 확장 가능성과 인간 내면의 고통을 함께 담아낸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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