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 것은 최근 법원이 보편관세에 제동을 걸자 '품목관세'로 관세무기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관측된다. 품목관세는 주요 수출국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개별 국가 길들이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지 이틀 만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방국제통상법원(CIT)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와 같은 보편관세를 무효로 하고, 관세 시행을 금지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이 판결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항소심 법원의 효력 정지 결정으로 되살아났지만 부과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이에 워싱턴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를 더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부과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의 품목별 관세 부과는 법원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발효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을 발표하면서 일본제철의 US스틸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일본제철의 대미 철강 산업 투자액을 140억달러(약 19조4000억원)라고 발표하면서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미국 철강 역사상 가장 큰 투자"라고 치켜세웠다. 국내 철강 업계에선 관세율 상향 결정이 일본제철의 대미 투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물'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을 두고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조롱 섞인 '밈'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내비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이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강인한 인상을 줘야 할 필요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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