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8 16:00:00
올해 7월 또 대지진 발생 가능성 제기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가 작품서 예언 2011년 대지진도 예고…‘예언가’로 불려 한국·대만·홍콩발 日 여행 취소 급물살 정부·과학자들 “발생 시점 예측 불가능”
일본 여성 만화가 타츠키 료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인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975년 첫 작품으로 데뷔 이후 1999년 만화책 ‘내가 본 미래’를 출간할 때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약 12년이 지나고 나서부터 일본 독자들의 관심과 반응이 시작됐습니다.
그 비결은 공교롭게도 작품성 등이 아니라 타츠키 료가 내가 본 미래에서 언급한 ‘2011년 대재해’라는 예언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타츠키 료는 ‘예언가’ 또는 ‘예지몽 만화가’로 불리면서 그를 맹신하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최근 일본 열도가 다시 대재해 발생 가능성으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타츠키 료가 지난 2021년 ‘내가 본 미래’를 재출간하면서 올해 7월 일본에서 다시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언적 내용을 추가했기 때문입니다. 타츠키 료는 올해 7월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 분화로 초대형 쓰나미와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언했습니다.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 띠지에도 ‘2025년 7월 진짜 대재앙이 온다’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쓰나미 높이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3배에 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내용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실제로 이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면서 ‘여름 최고 여행지’ 중 하나로 꼽혔던 일본을 향한 여행 취소 행렬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일부 유튜브 영상은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여행 통계 업체 포워드키스(ForwardKey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이후 한국·대만·홍콩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권 예약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홍콩발 예약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평균 50% 줄었는데,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일본 도착 항공권 예약은 83%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항공·국방 분야 애널리스트 에릭 주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지진에 대한 추측은 분명 일본 관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로 인해 관광 호황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며 “여행객들은 일본 말고 다른 단거리 해외 여행 대안이 있는 입장에서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어 전 세계에서 지진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일본 내 규모 3.0 이상 지진은 연간 1200회에 달하고 1980년대 이후에도 매년 규모 6.0 이상 중대형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큰 인명피해를 입힌 대형 지진으로는 약 14만명이 사망한 1923년 관동 대지진, 약 6300명이 사망한 1995년 고베 대지진, 약 1만8000명이 숨진 동일본 대지진 등이 있습니다.
이 같은 역대급 재해로 일본 대다수 국민들이 ‘지진 공포증’이라는 고질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쓰나미와 대지진이 일본 열도를 넘어 홍콩·대만·필리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꿈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타츠키 료의 작품 ‘내가 본 미래’는 일본인을 넘어 해외 여행객들에게까지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홍콩 유명 풍수지리사 치셴위가 타츠키 료의 예언을 인용하며 유튜브 등을 통해 올해 6~8월 사이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 지진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대지진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난카이 해곡 지진 활동을 관측해온 TF는 향후 30년 이내에 최대 30m에 달하는 쓰나미를 유발할 수 있는 대지진 발생 확률을 8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규모 9.0 이상 강진이 일어날 경우 최고 34m에 달하는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지진 불안감이 거침없이 퍼져나가면서 일본 정부 등은 ‘민심 잠재우기’에 나섰습니다. 무라이 요시히로 일본 미야기현 지사는 지난달 지진 관련 예언이 자국 관광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추측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일본 기상청 웹사이트 역시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지진 발생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 과학자들도 지진의 정확한 발생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예약 취소 추세와 예상 탑승률 등을 종합하면 앞으로 최소 몇 달 동안은 일본을 찾는 해외 여행객이 줄고 이로 인한 항공사 타격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로 홍콩항공과 그레이터베이항공 등은 이달 일본행 항공편 일부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츠키 료는 “저 역시 재난에 대비해 미리 물자를 비축하거나 외출 시 대피 경로를 확인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7월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일상 생활 속에서도 항상 경각심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