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8 20:16:43
트럼프 경제 신뢰 위기 꼬집어 “유로 강세, 미국발 반사효과” 기축통화 2위 위상 확대 기대 유럽·日, ‘금리 감속’ 움직임도
미국이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통보를 받은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경제가 직면한 신뢰 상실 위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라 트리뷘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 현상이 이해할 수 있는 결과라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규칙한 경제정책이 예상치 못한 유로화 강세를 만들었고 달러에 이은 기축통화인 유로화에 기회라는 평가다.
그는 “일반적으로 달러가 크게 절상돼야 할 불확실성의 시기에 유로화가 달러에 대해 절상되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이는 직관적이지 않지만 금융시장 특정 부문에서 미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뢰 상실로 인해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에서 연일 법치, 사법 시스템, 무역 규칙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불확실성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유럽은 건전한 통화와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있는 안정적 경제 및 정치 지역으로 인식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현 시장 심리 상황을 평가했다.
그는 “이는 (유로존 경제에)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며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EU를 심화시키는 과정을 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당선 직후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1달러와 1유로 가치가 동등해지는 ‘유로 패리티’까지 밀렸던 유로화는 최근 1.15달러까지 절상됐다.
트럼프 관세전쟁 후폭풍과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경고음을 주시하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은 경기침체 대응과 인플레이션 관리의 균형점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당장 ECB 내부에서는 공격적 금리 인하 행보에 ‘일단 멈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가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주장한 데 이어 또 다른 정책위원인 마르틴스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도 15일 CNBC 인터뷰에서 현 금리 수준이 목표 수준에 비교적 근접해 있다고 평가하며 6월 추가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ECB는 유로존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작년 9월 이후 6차례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기준인 예금금리를 2.25%까지 낮춘 상태다. 다음달 회의에서도 0.25%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예상됐지만 최근 핵심 이사들 사이에서 이처럼 속도 조절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 역성장한 일본에서는 무리한 금리 인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나카무라 도요아키 일본은행 정책심의위원은 16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한 행사 연설에서 “중앙은행은 미국 관세의 영향을 자세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만큼, 당장은 통화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다음달이면 5년의 임기가 끝나는 그는 “경기 성장이 둔화하는 시기에 중앙은행이 서둘러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소비자 지출과 투자가 모두 위축된다”고 당부했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경제·물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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