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안탈리아월드컵서 5승1패로 Q라운드 진출 “후원자 덕분에 2년반만에 출전…축하많이 받아” 최고성적 전국대회 16강…최근 ‘서울그랑프리’서 3위 대학서 연극영화 전공…‘알바’하다 당구에 빠져
[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국내랭킹 148위’ 이선웅(서울연맹·37)은 지난 2월 열린 터키 ‘안탈리아3쿠션월드컵’ 예선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세계랭킹 1806위로 PPPQ라운드(1차예선)부터 참가해 5승1패를 거두며 Q라운드까지 진출한 것.
비록 32강본선 문턱에서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세계27위) 로빈슨 모랄레스(콜롬비아·24위)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2년6개월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선 그에겐 큰 성과였다. 지난 3일에는 ‘서울연맹 그랑프리오픈’에서 공동3위에 오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연습구장인 서울 서초동 준빌리어드클럽에서 그를 만났다.
이선웅이 큐를 든 채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다.
▲최근 안탈리아 월드컵서 좋은 성적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2016년에 호치민과 구리월드컵에 참가한 이후 2년반만에 참가한 월드컵이었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월드컵에 나간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고 설레었다. 터키에 도착해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고, 그 기분을 그대로 시합까지 이어간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오랜만에 월드컵 나서게 된 이유는.
=사실 이번 월드컵은 지인께서 후원해준 덕분에 출전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까지 약 2년간 서울 동작구청 문화센터 당구강사로 활동했는데, 당시 인연이 된 수강생 중 레슨관리프로그램 사업을 하시는 분(김영상 대표)이 있었다. 그분이 당구뉴스에서 월드컵 소식을 접하셨는데, “왜 선생님은 대회에 안나가느냐”고 물어와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선뜻 “후원해주겠다”고 해주셔서 후원받게 됐다. 큐 등 당구용품 후원사인 유니버셜 박석준 대표님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꾸준히 월드컵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나.
=막연하게 ‘본선까지 가보자’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Q라운드까지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한국선수들을 만났다면 조금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하.
"안탈리아3쿠션월드컵" PQ라운드에서 경기하고 있는 이선웅.(사진제공=코줌 스튜디오)
▲‘전설’ 레이몽 클루망의 손자인 피터 클루망, ‘여자3쿠션 세계최강’ 클롬펜하우어 등을 상대했는데. (이선웅은 PPQ서 피터 클루망스에 19이닝 30:10, Q서는 테레사 클롬펜하우어에 16이닝 30:16으로 낙승을 거두었다.)
=피터 클루망 이야기는 워낙 많이 들어서 잘 알고있었다. PPQ 첫 경기 상대였는데, 경기에 앞서 연습구를 치는걸 보니 정말 잘하더라. 나는 약간의 긴장과 집중력이 동반되는 순간에 실력발휘가 되는 스타일인데, 다행히 경기 초반부터 좋은 컨디션이 나왔다. 그러니 오히려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더라. 이후로도 내 경기에만 집중해 이길 수 있었다.
클롬펜하우어는 여자선수답지 않게 스트로크가 정말 시원하고 멋있더라. ‘긴장하지 않으면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경기였는데, 다행히 오전에 일과를 시작하는 생활패턴이 맞춰져 있어 경기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 조명우 선수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이기에 어려울 것이란 예상은 했었다. 그래도 ‘지금껏 잘 해왔으니, 열심히 쳐보자’고 다짐하며 경기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초반부터 격차가 크게 나 ‘내 에버리지만 신경쓰자’고 생각했는데, 안 되더라. 하하.
두 번째 모랄레스와의 경기는 사실 해볼 만한 게임이었다. 그런데 첫 경기를 패하다보니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집중력을 찾지 못했던 게 패인이었다.
"다음 월드컵엔 본선에 가야죠" 이선웅이 큐를 든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드컵 다녀온 후 지인들에게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 사실 대회 도중에도 기사를 접했다. 내 이름이 포털사이트 뉴스에 떠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싶더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인들이 뉴스를 보고는 ‘축하한다’ ‘고생했다’며 연락을 먼저 해주시더라. 이번 월드컵에서 받은 관심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기세를 이어 지난 주말(3일) 열린 ‘하림배 서울그랑프리’서 공동3위에 올랐다.
=서울연맹 대회서 거둔 최고성적은 준우승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꼭 우승해서 최고기록을 쓰고 싶었다. 입상은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회다.
박춘우 선수와의 4강전에선 내가 앞서고 있었는데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반면 박춘우 선수는 난구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등 경기 흐름을 가져가는 능력이 탁월하시더라. 서울연맹은 선수층이 두터울 뿐 아니라 실력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서른살에 서울연맹 선수로 등록해 올해로 7년차다. 전국대회 최고성적은 16강, 2017년엔 ‘강진청자배’ 단체전서 조재호 구성훈 양현식 선수와 우승한 경험이 있다.
최근 열린 ‘2019 제8회 하림배 서울당구연맹 그랑프리오픈 캐롬 3쿠션대회" 공동3위에 오른 이선웅이 입상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 3위 윤균호, 우승 박춘우, 서울당구연맹 류석 회장, 준우승 신대권, 공동3위 이선웅.(사진제공=서울당구연맹)
▲당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사실 당구선수가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배우를 꿈꾸며 연극영화과(수원대)를 졸업했고, ‘아침이슬’로 유명한 김민기 대표님이 만든 극단 ‘학전’ 소속으로 일하기도 했다. 배우는 아니지만 무대감독으로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에서 유명한 배우들과 작업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단 생활이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 그만두게 됐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시작한게 당구장 아르바이트였다.
당시 당구장은 김종완(세종연맹) 선수가 운영하던 구장이었는데, 그 분이 바로 제 스승님이다. 당시 그분이 당구를 치는 것을 보고 ‘당구를 저렇게도 칠 수 있구나’ 감명받았고, 그렇게 당구에 빠지게됐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선 올해 목표는 최근 아쉽게 놓쳤던 서울연맹 대회서 꼭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아가 전국대회,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서 후원사 관계자분들과 서울연맹 류석 회장님, 가족,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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