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18 09:29:00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정원 감독이 청두 룽청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청두는 9월 17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 울산 HD와의 맞대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청두는 전반 44분 더얼자둬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교체 투입된 엄원상(후반 31분), 허율(후반 추가 시간)에게 연속 실점했다.
청두엔 승패를 떠나 아주 의미 있는 경기였다. 울산전은 청두 역사상 첫 ACLE 경기였다. 청두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중국 프로축구 2부 리그에 머문 팀이었다.
서정원 감독이 2021시즌 청두 지휘봉을 잡으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서 감독은 청두 감독 첫 해 중국 슈퍼리그(1부) 승격을 일궜다. 슈퍼리그에선 매해 다크호스로 돌풍을 일으키더니 2024시즌엔 첫 ACLE 출전권을 확보했다. 올 시즌엔 슈퍼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 감독이 울산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울산에 1-2로 역전패했다.
우리가 ACLE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원정이었다. 경기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리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주축 선수 5명을 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내준 부분이 좀 아쉽다. 하지만, 우리 팀에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게 무엇인지 판단해야 했다. 선수들은 온 힘을 다했다. 주말 상하이 선화(21일)와의 맞대결을 치른다. 준비를 잘하겠다.
Q. 전반전은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흐름이 울산으로 넘어갔다. 경기에서 패한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전반전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우리가 생각한 대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 선제골도 터뜨리면서 전반전을 마칠 수 있었다. 후반 중반까지도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핵심 선수 5명의 체력은 아껴줘야 했다. 팀 핵심인 선수 5명이 교체로 나가면서 흐름이 울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Q. 슈퍼리그와 ACLE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꼈나.
각 리그를 대표하는 팀이 ACLE에 참가한다. ACLE에선 높은 수준의 팀들과 경쟁해야 한다. ACLE가 어떤 무대인지 알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선수들에게 “여러분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ACLE에 처음 나왔다고 해서 주눅이 들 필요 없다. 슈퍼리그에서처럼 자신 있게 하라. 분명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보완점을 느꼈다. ACLE의 경기 템포가 확실히 빠르다. 우리가 더 발전해야 한다. 청두를 처음 맡았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린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Q. 처음 청두 지휘봉을 잡았을 땐 중국 2부 리그 소속이었다. 청두를 1부로 올려놨고, ACLE에까지 진출시켰다. 구단 역사상 첫 ACLE 경기였다. 어떤 감정이었나. 덧붙여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했었나.
ACLE에 오랜만에 나왔다. 설렜다. 수원 삼성을 이끌 때 ACLE에 나선 적이 있었지만, 중국 팀을 맡아 ACLE에 나서는 건 처음이었다. 또 우리의 상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었다. 내가 중국에 온 지 5년 됐다. 처음 이 팀을 맡았을 때부터 목표가 있었다. 단순히 슈퍼리그 승격이 아니었다. 장기적인 계획이었다. 슈퍼리그에서 계속 성장해 ACLE에 나서고자 했다. 우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나아가겠다. 팀이 더 발전하게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축구에만 집중하고, 계속 발전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Q. 경기 후 울산 신태용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나.
신태용 감독이 내게 “베스트 멤버로 나올 줄 몰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후반에 다 빼주지 않았느냐”고 웃으면서 말했다. 우린 서로를 응원한다. 신태용 감독에게 “리그에서 빨리 올라오라”고 했다. 신태용 감독은 내게 “남은 경기 잘 치러서 꼭 우승하라”고 응원해 줬다.
Q. 가족과 지인이 경기장을 찾은 듯하다. 가족과 지인들을 청두로 초청할 생각은 없나.
가족은 청두에 왔었다. 다만, 경기만 보고 가야 했다. 관광은 한 번도 못했던 게 사실이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청두엔 볼거리가 참 많다”고 얘기하곤 했다. 여유가 있을 때 청두로 부르려고 한다. 축구만 보는 게 아니라 좋은 곳을 관광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싶다.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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