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13 14:12:48
최근 SY베르테옴므배 PBA 우승, 7시즌 동안 무명에도 포기 안해, 당구팬에겐 감동, 후배에겐 희망
무명 시절은 길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이승진(55)은 큐를 놓지 않았다. 성적은 저조했지만 당구를 향한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다. 톱랭커와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채웠고 실력을 닦았다. 그리고 7년만에 PBA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2019/20시즌부터 뛴 원년멤버인 이승진을 주목하는 시선은 없었다. PBA 48번째 투어 25/26시즌 4차전 ‘SY베르테옴므배PBA챔피언십’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관심 속에 128강서 출발했고, 덤덤하게 한 계단씩 올라섰다. 대회를 치를수록 그를 향한 시선도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었다. 마침내 이승진은 결승전에서 객관적인 전략상 우위로 평가되던 최성원(휴온스)을 세트스코어 4:1(15:12, 15:10, 15:4, 9:15, 15:11)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세리모니도 그다웠다. 껑충껑충 뛰며 아내를 들어올리며 키스를 나눴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너무 행복하다. 이런 날이 올 줄 생각하지 못했다.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 7시즌 동안 존재감이 없던 그에게는 당연했다.
이승진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당구 종목이 생기면서 서른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당구선수 대부분 그러하듯 생업을 위해 당구선수를 그만뒀다가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
다시 큐를 잡은 이승진은 2016년 국토정중앙배에서 1쿠션, 3쿠션 2관왕을 차지했고 2019년 프로당구(PBA)가 출범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동안 많은 선수들이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번 PBA 4차전에서 정상에 섰다. 우승 후 이승진은 “김무순(69) 김정규(64) 등 선배들이 당구를 향한 열정과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대회 끝나고 PBA 후배들에게 ‘희망이 됐다’는 메시지를 받은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즉, 선배를 아우르고 후배를 챙겼다.
이승진은 이번에 당구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당구팬은 스타들의 우승에도 열광하지만, 역경을 이겨낸 언더독의 반란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경기 스타일에서 그는 투박한 편이다. 몸도 자주 쓴다. 그게 오히려 인간적이다. 우승 소감에서도 꾸밈이 없었다.
“우승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 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KTX를 타고 킨텍스로 오는 순간도 너무나도 설레고 행복하다.” 당구에 진심인 이승진의 이번 우승에는 감동과 희망이 담겨있다. [김기영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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