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16 17:42:02
인간 골프 코치가 아니라 AI가 골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AI 스윙 분석 기술이 골퍼의 잘못된 스윙을 고쳐줄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해봤다.
UNEEKOR 유니코 AI 트레이너
골프 스윙에 ‘정답’이 있을까? 20여 년 동안 몸으로 익힌 스윙으로 괜찮은 성적을 내왔기에 정답은 없다는 신념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스윙엔 고유한 리듬과 감각이 있고, 플레이 스타일은 제각각이니까. 그래서 유니코 AI 트레이너를 처음 사용할 때는 불편한 평가자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용해보니 첫인상은 금세 바뀌었다. 음성 코칭 기능인 ‘에이미’에게 말을 걸면 즉각 반응하고, 설명에 맞춰 피드백이 돌아오는 경험은 무척 신선했다. 임팩트 구간을 보고 싶다고 하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즉시 분석해줬다. 연습장 안에 보이지 않는 코치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AI가 내게 건넨 첫 점수는 60점대. 당혹스럽긴 했지만 이내 흥미로움이 더 컸다. 잘못 인식하고 있던 동작을 세밀하게 짚어주면서 훈련의 방향을 제시해줬고, 일주일간의 반복 연습 끝에 점수는 70점대를 넘어섰다. 단순히 숫자가 오르는 것을 넘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게 됐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양방향 소통 ‘AI 트레이너’는 골프 학습의 가속 장치
유니코 AI 트레이너의 핵심 강점은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피드백’이다. 전문가의 설명을 기다릴 필요 없이, AI는 스윙 영상을 자동 분석해 문제점을 텍스트와 음성으로 동시에 전달한다. ‘오버더톱’, ‘스쿠핑’처럼 추상적으로만 알던 용어들이 체크포인트에 떴고 훈련을 통해 오류를 삭제하는 동작을 반복하니 몰입도는 훨씬 높아졌다.
유튜브를 통해 독학해온 이재현 씨(구력 3년, 핸디캡 25)는 AI 트레이너를 경험하고 단순한 영상 학습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소통형 훈련’의 효과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특히 마이크를 셔츠에 꽂고 ‘에이미’를 부르면 연습 도중 타석을 벗어나지 않고도 즉시 교정 지시를 받아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했다고 극찬했다. 그는 어드레스 자세만 바로잡은 후 최고점 84점을 기록하며 AI 피드백의 효과를 실감했다.
내 스윙을 프로 선수의 스윙과 나란히 비교해볼 수 있는 분할 화면 기능도 강점. 점수나 피드백만으로는 실감 나지 않던 변화가 눈앞에서 확연히 드러나 연습의 효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AI 트레이 너는 분석–설명–실행까지의 사이클을 빠르게 돌려주는 ‘골프 학습의 가속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AI가 아직 담아내지 못하는 스윙의 다양성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김승연 씨(구력 5년, 핸디캡 16)처럼 실전 위주의 플레이를 중시하는 골퍼에겐 AI가 제시하는 정석 스윙 기준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점수가 오르지 않자 “내 스타일은 틀렸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AI가 수많은 프로 선수 스윙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다양한 개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있었다.
유니코 AI 트레이너는 ‘정답’을 강요하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스타일 안에서 개선 가능한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동반자에 가깝다. 감각에만 의존하던 훈련에 방향성과 기준이 생기면서 골퍼는 더 빠르고 명확하게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의 배경에는 유니코의 자체 AI 개발팀이 있다. 하루 수백만 건의 스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알고리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용자 스타일에 맞춰 ‘롤모델 프로’를 지정하고, 그 선수의 스윙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개성은 더 존중되고, 분석은 더 정밀해질 것이다. 스타일을 이해하고 제안하는 AI로. 유니코 AI 트레이너의 미래는 분명 밝아 보인다.
GOLFZON 골프존 AI 코치
올해 나이 쉰둘의 에디터는 골프 구력이 18년이다. 핸디캡은 23. 구력만큼 핸디캡이 낮으면 좋으련만 구력과 핸디캡이 정비례하지 않는 것이 골프다. 그래도 오랜 기간 백돌이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좌절과 분노, 골프를 계속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 등 골프로 느낄 수 있는 백팔번뇌를 모두 겪기도 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이 한동안은 ‘레슨 메뚜기’라고 놀릴 정도로 여러 명의 레슨 코치를 바꿔가며 스코어를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혼자 연습하면서 내가 도대체 뭘 잘못하는지 몰라 답답하던 시절 골프존 스크린에서 나스모를 만났다. 뭐가 잘못됐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최소한 내 스윙이 어떤지, 공이 클럽 페이스 어디에 맞는지, 탄도나 스윙 스피드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어 신기했고 내 스윙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긴 했다.
그런데 기술은 빠르게 진화해 이제 AI가 레슨까지 해준단다. 2021년 골프존은 나스모에 AI 코치 기능을 추가해 선보였다. 나스모로 스윙 자세를 확인하고 AI 코치 스윙 분석기능까지 이어져 정확한 샷 분석과 문제점을 개선시킬 수 있는 드릴 영상까지 추천해주는 것이다. 사실 골프존 AI 코치는 GDR 아카데미를 다니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다. GDR 아카데미에 다니지 않는 나는 골프존 앱에서 나스모로 스윙을 확인만 했지, AI 코치를 통해 스윙 분석을 해보지는 않았다. 나스모 영상을 AI 코치 분석 서비스를 받으려면 유료 구독 서비스인 G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유료 구독 서비스가 부담스럽다면 GDR 앱을 다운 받아 가입 후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스윙 점수는 86점, 교정할 구간은 임팩트와 피니시
나스모 영상을 GDR 앱을 통해 AI 코치에게 분석을 맡겼더니 구간별로 스윙을 분석해 점수를 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민은 드라이버 비거리였다. 어드레스부터 백스윙, 백스윙 톱 그리고 전환동작까지 그런대로 점수가 높다.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임팩트 구간에서 체중이 뒤로 남는 행잉백이었다.
공을 치자마자 상체가 들리면 체중이 뒤로 빠지면서 비거리 손실이 발생한다. 평소 피니시 때 상체가 먼저 들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AI 코치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머리 위치를 고정하고 임팩트 후 왼발에 체중을 유지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파워가 그대로 전달된다.
AI 코치가 지면 반력과 체중 이동에 대한 드릴 영상을 추천해줬다. 드릴 영상은 1분 정도로 짧아서 좋다. 영상을 따라 체중 이동 스텝을 연습했다. 우선 백스윙 때 왼발을 들어 오른발에 100% 체중을 싣고, 다운스윙 때는 반대로 오른발을 들면서 왼발에 100% 체중을 싣는 것이다. 평소 드라이버에 백스핀이 많은 것도 문제라 생각했는데, 임팩트 순간 왼쪽 발에 체중을 제대로 실어주면 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다운블로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백스핀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인 드릴이라 생각했다.
10회 반복할 것을 권해 10회를 한 다음 다시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순간 체중 이동에는 도움이 되지만 몸이 흔들리면서 비거리는 그다지 늘어나진 않았다. 한 번에 고쳐지면 골프가 아니지. 문제점을 알아도 쉽게 못 고치는 게 골프다. 역시 골프는 어렵다.
실시간 쌍방향 소통 안 되는 것은 아쉬워
GDR 아카데미를 몇 년 동안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AI 코치를 이용하는지 물었다. 그 친구는 처음 레슨 받을 때는 AI 코치를 자주 들여다봤으나 지금은 어쩌다 한 번씩 체크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좋은 점은 레슨 프로가 지적하는 문제점과 AI 코치가 지적한 문제점이 대부분 비슷해 혼자 연습할 때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차 활용도가 떨어진 이유는 우선 연습할 때 실시간으로 문제점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니 스윙 후 핸드폰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했다.
이 부분은 에디터도 공감하는 얘기다.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치는 불편함이 있으면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골프존도 이걸 모르는 게 아니다. 골프존은 올해 AWS 서밋 서울 2025에서 실시간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나만의 AI 골프 코치’를 선보였다. 골퍼는 음성 커뮤니케이션으로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코스와 코치 스타일까지 선택할 수 있다. 골프존은 이 서비스를 올해 말 미국에서 먼저 선보이고, 국내 골퍼들에게는 내년 정도에나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AI 코치가 등장하면 골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까? 친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옆에서 인간 코치가 알려줘도 잘 못 고치는 게 골프인데, AI 코치가 알려준들 잘 고쳐질까?” 골퍼라면 공감 가는 웃픈 현실이다. 레슨비를 줄일 수 있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안다고 해도 결국 실력 향상에는 개인의 노력 여하가 큰 역할을 한다. 기술은 진화해도 인간의 영역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Kimcaddie 김캐디 AI 스윙 분석
김캐디의 AI 스윙 분석은 스마트폰으로 스윙 영상을 촬영해 업로드하면 AI가 투어 프로 평균 스윙과 비교해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수치화된 데이터는 없고 ‘평균 이상’ 또는 ‘평균 이하’라는 식의 단순한 피드백이 스윙 구간별로 제공된다. 분석 화면엔 관절의 위치를 나타내는 ‘관절선’과 움직임의 흐름을 보여주는 ‘보조선’이 표시되어 스스로 자세를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투어 프로 평균 스윙과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스윙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일반 골퍼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다. 김캐디 AI 분석은 날카로운 진단보다는 골퍼의 감각을 자극하고 반복 학습을 유도하는 ‘친절한 거울’ 같은 역할에 가깝다.
결과를 처음 받아보면 기분 좋은 당황(?)을 느끼게 된다. “환상적이에요”, “완벽해요” 같은 긍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 타이밍이 어긋났거나 임팩트 자세가 불안정하다고 느꼈는데도 이런 칭찬이 먼저 나오면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스윙 오류에 대한 피드백은 “하체가 뒤로 빠졌어요”처럼 쉬운 문장 위주로 구성된다. 초보자에게는 부담 없는 접근 방식이다. 실제 문제점은 ‘자세히 보기’ 탭을 눌러야 확인 가능하며 이 탭을 통해 항목별 설명과 함께 간단한 교정 방향도 제시된다.
김캐디 AI 스윙 분석은 완벽한 ‘교정 툴’이라기보다, 나만의 스윙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경험 기반 피드백 서비스에 가깝다. 친절한 첫인상으로 진입 장벽은 낮지만 심화 학습을 원하는 골퍼라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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