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11 05:30:00
“반드시 팬들께 보답하는 시즌을 만들겠다.”
올해 초 만났던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의 말이었다. 그리고 일단 전반기 동안 사령탑을 비롯한 한화 선수들은 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66승 2무 76패를 기록, 8위에 머문 한화는 비시즌 우투우타 내야 자원 심우준,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을 품에 안으며 전력 보강에 나섰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와 함께하는 첫 해 가을야구는 물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영입이었다.
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3월 8경기에서 3승 5패에 그친 것. 다행히 서서히 반등했다. 4월 중순 8연승을 달리며 빠르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직후에는 2연패에 빠졌지만, 곧바로 12연승을 질주, 선두권 다툼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6월 15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10-5로 이기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후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켰고,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10-1 승)과 8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14-8 승)에서 승전고를 울리며 각각 전반기 1위 확정, 50승 고지 선착을 달성했다. 한화가 전반기 1위 확정 및 가장 먼저 50승을 올린 것은 빙그레 시절이던 지난 1992년 이후 33년 만이었다.
50승 선점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1982~1988년 전후기 리그 및 1999~2000년 양대 리그를 제외하고 역대 50승을 선착한 팀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횟수는 무려 35차례 중 25번(71.4%)이며,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역시 60%(21/35)에 달한다.
코디 폰세(11승 무패 평균자책점 1.95), 라이언 와이스(10승 3패 평균자책점 3.07), 류현진(5승 4패 평균자책점 3.26), 문동주(7승 3패 평균자책점 3.75) 등으로 꾸려진 강력한 선발진이 이러한 한화 선전의 주요 배경이었다. 특히 폰세는 다승(공동 1위)과 평균자책점, 탈삼진(161개), 승률(100%)에서 모두 1위를 달리며 ‘슈퍼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불펜진도 한층 견고해졌다. 김서현(1승 1패 1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55)이 알을 깨고 마무리 투수 보직을 꿰찼으며, 박상원(4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09), 한승혁(2승 2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40), 주현상(2승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85), 김종수(3승 5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 등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 정우주(2승 3홀드 평균자책점 4.81), 조동욱(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05), 황준서(1승 3패 평균자책점 3.15) 등 젊은 피들도 전천후로 힘을 보탰다.
타선은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높아진 마운드는 좀처럼 긴 연패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화는 52승 2무 33패로 순위표 최상단에 위치한 채 전반기를 마무리 하게 됐다. 2위 LG(48승 2무 38패)와는 4.5경기 차다.
승리가 계속되자 선수들의 자신감도 차올랐다. 전반기 막바지 만났던 주장 채은성은 “운이 많이 따르고 있다. 잘 버티고 있다. 지금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경기, 한 경기 계속 이겨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팀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힘이 생긴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한화는 후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투수진의 위력이 너무나 압도적이기에 부상자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가을야구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 과연 독수리 군단의 고공비행은 후반기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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