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한국 골프용품 시장은 긴 '침묵'에 빠졌다. 골프용품과 의류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증가했던 골프 인구도 줄어들면서 위기에 놓였다.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관세청의 수출입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골프용품 수입액은 5억5773만달러(약 7566억원)로 2023년에 비해 23.4%나 감소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측은 "국내 경제 침체와 20·30대 골프 인구 감소,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생사기로에 선 골프업계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로토크 퍼터, 드라이버와 3번 우드 사이의 미니 드라이버를 내놓고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다. 불황일 때는 소비자들이 가성비와 실용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하나의 제품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멀티(Multi)'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수십만 원짜리 가방을 골프장에서만 쓸 수 있다면 주저하겠지만, 일상에서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박수현 PXG 마케팅 팀장은 "최근 다양한 연령과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파악했다"고 설명한 뒤 "가격도 정통 브랜드 제품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활용성이 높아 꾸준하게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두 가지 사이즈로 출시되는 컴피백은 매년 4~5차례 리오더를 할 정도로 인기다. 가볍고 평소에 쓰기도 좋은 라이트 웨이트 메시드 보스턴백, 패턴 보스턴백도 다양한 연령층에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이틀리스트에서 올해 선보인 하이퍼 프리미엄 라인 '링스레전드 인피니티 시리즈'도 전형적인 골프 가방의 틀을 깼다. 라지 토트백은 일반적인 골프 보스턴백 형태를 깨고 최근 유행하는 토트백 형식으로 나와 일상에서 서류 가방뿐만 아니라 많은 물건을 넣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멀티 제품은 골프 회원권 시장에서도 나오고 있다. 전국 350여 개 골프장과 제휴해 특정 요일이나 제한된 횟수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예약해 활용하는 엑스골프의 기업 전용 서비스 '신멤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회원권은 자산처럼 취급되며 시세 변화, 운영 리스크 등으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 관리 부담이 컸다.
신멤버스를 이용 중인 한 기업 대표는 "억대 회원권을 보유해도 정작 원하는 날짜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멤버스를 통해 자산 리스크 없이 필요할 때마다 실질적인 예약과 사용이 가능해져 매우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퍼시픽링스코리아 골프 회원권도 국내외 50여 개국의 골프장 1000여 곳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국내 멤버가 1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국내 제휴 골프장도 200여 개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