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00m 기대주 조엘 진 10초30 고교 기록 보유자 성인 무대 데뷔전도 1위 구미 亞육상선수권 출전 "간절했던 태극마크 달아 한국 육상 새역사 쓸 것" 나이지리아 父·한국 母 초5학년때 육상서 두각
한국 선수 최초로 10초대의 벽을 허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나마디 조엘 진이 27일 개막하는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정복에 도전한다. CJ그룹
나마디 조엘 진(예천군청·19)은 육상의 꽃이라고 불리는 남자 1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10초대의 벽을 허물 것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스프린터(단거리 주자)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고등부 한국 신기록(10초30)을 세우고 지난달 성인 무대 데뷔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7일부터는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정복에 나선다.
조엘 진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발탁돼 정말 기쁘다. 지난달 성인 무대 데뷔전이기도 했던 이번 대회 최종 선발전에서 1위를 한 뒤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렵게 출전 기회를 얻은 만큼 팬들 앞에서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엘 진이 육상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를 줄여나가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1년 뒤부터 한국 육상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 육상의 미래로 불리며 큰 기대를 모았던 이때 갑작스러운 발뒤꿈치 부상이 찾아왔다.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던 조엘 진은 3년 가까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뒤꿈치 부상에서 회복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경쟁자들과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운동에 투자했다.
피나는 노력은 기록 단축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입학에 앞서 11초37을 기록했던 그는 1년 뒤 11초대의 벽을 깨고 10초56을 작성했다.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한 그는 10초30을 작성하며 고등부 신기록 보유자가 됐다.
조엘 진은 "뒤꿈치 부상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육상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지만 언젠가는 꼭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과 운동선수로서 모두 한 단계 이상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길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육상 선수의 꿈을 접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기록을 경신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다. 그는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서는 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준비 과정은 힘들지만 목표 기록에 도달했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기쁨이 찾아온다. 그 맛에 중독된 것 같다. 매년 개인 최고 기록을 0.01초라도 경신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언젠가는 꼭 9초대 레이스를 펼쳐 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조엘 진은 "김국영 선배의 10.07초를 넘어선 뒤 한국 선수 최초로 9초대를 기록하는 게 육상 선수로서 최종 목표"라며 "부족한 부분을 한 단계씩 보완하다 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쓰는 날까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엘 진이 10초대의 벽을 허물면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누비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된다. 올림픽 100m 경기 기준 기록은 2024 파리 올림픽부터 10초로 샹향 조정됐다. 현재 기록으로는 조엘 진 역시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그러나 기록을 단축시켜 9초대에 진입하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대학교 진학까지 미루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일주일에 6번씩 하루 7시간 넘게 훈련하니 실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진다. 약점으로 꼽혔던 스타트가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남자 400m 계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조엘 진은 선배들과 힘을 합쳐 한국 육상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출전했던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대회에서 조엘 진은 서민준(서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이준혁(국군체육부대)과 한 팀을 이뤄 38초51이라는 한국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조엘 진은 "팀을 이루고 4일 뒤에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 진정한 원팀이 되면 지금보다는 더 빠른 팀이 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엘 진은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가족과 후원사 KB금융그룹 등에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는 "언제나 응원해주는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KB금융그룹의 따듯한 파트너십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