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4.08.27 02:21:25
26일 PBA에스와이하노이오픈 결승 산체스, 엄상필에 세트스코어 4:2 승 프로데뷔 1년2개월만에 첫 우승 ‘첫 우승 도전’ 엄상필 정상 직전서 고배 공동3위 강민구 체네트
블롬달, 야스퍼스, 쿠드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산체스에게 지난 1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세계 최정상의 선수로 온갖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성적은 초라했다. 올 시즌 개막전까지 10개 투어 최고 성적은 32강 2회. 그나마 2차전에서 처음으로 16강을 밟았다. 당구팬들은 고개를 갸웃했고, 우승후보 이미지가 퇴색했다.
그러나 1년2개월만에 옛날의 산체스로 돌아왔다.
26일 밤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호텔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2024 PBA에스와이바자르 하노이오픈’ 결승전은 그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바자르)는 결승전에서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을 세트스코어 4:2(15:2, 15:3, 15:6, 13:15, 2:15, 15:6)로 물리치고 프로데뷔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울러 대회 타이틀 스폰서이자 소속팀인 에스와이의 체면도 세웠다.
결승전 초반 1~3세트. 산체스는 한치의 오차없는 정확한 공격과 완벽한 포지션 플레이로 자신이 왜 한때 세계랭킹 1위였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당구팬들은 쿠드롱 이후 오랜만에 세계최정상 선수의 숨막히는 경기력을 경험했다.
프로데뷔 5년2개월만에 첫 우승을 노렸던 엄상필은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다. 천하의 산체스를 상대로 역전승(세트)도 했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공동3위는 강민구(우리원위비스)와 륏피 체네트(하이원위너스)가 차지했고, 웰뱅톱랭킹상은 128강서 애버리지 2.750을 기록한 김영섭에게 돌아갔다.
경기 초반은 완벽한 산체스 분위기였다. ‘끝내기 하이런12점’을 앞세워 단 2이닝만에 1세트를 따낸 산체스는 2세트에서도 8점 장타를 앞세워 15:3(5이닝)으로 완승, 단숨에 세트스코어 2:0을 만들었다. 3세트도 양상은 비슷했다. 1이닝 말 공격에서 하이런7점을 친 뒤 10:6으로 앞선 5이닝에 끝내기 5점으로 3세트마저 따냈다. 순식간에 세트스코어 3:0이 됐다.
산체스의 4:0 우승은 시간문제였다. 조재호 최성원 강민구 등 강호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한 엄상필로서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엄상필이 엄청난 뒷심을 발휘했다. 4세트 4이닝까지 산체스가 13:8로 우승까지 단 두 점만을 남겨놓은 상황. 산체스가 2이닝 공타한 사이 엄상필이 무섭게 추격, 결국 15:13(6이닝)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세트스코어 1:3으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엄상필의 큐가 풀리면서 5세트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엄상필이 초구부터 하이런9점을 작렬하며 단 4이닝만에 15:2로 끝냈다. 엄상필의 맹공에 산체스도 적잖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세트스코어 3:2가 되면서 엄상필에게도 해볼 만한 승부가 됐다.
6세트 산체스가 1이닝에 3득점하자 엄상필이 1이닝 말 2득점, 4이닝 말 4득점으로 6:3(4이닝)으로 뒤집었다. 그리고 다음 배치는 평이한 뒤돌리기.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나 공이 살짝 빠졌다. 엄상필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산체스가 이어진 5이닝 초 공격에서 대회전과 뒤돌리기, 더블샷 등을 성공하며 10:6을 만들었다. 산체스는 6이닝에 정확한 원뱅크샷으로 12점째를 올린 뒤 7이닝에 3점을 몰아치며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긴 뒤돌리기가 마지막 15점째였다. 산체스 애버리지는 2.586이었다.
세계3쿠션월드컵을 15번, 세계선수권을 4번 우승한 ‘살아있는 당구전설’ 산체스가 PBA를 정복하는 순간이었다. [하노이=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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