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4.06.25 15:14:31
24일 우리금융캐피탈 우승 기자회견 “한동안 성적 못내 자신감 떨어지기도” 친구 (조)재호는 잘 나가는데… 16세 김영원 대담하고 패기 넘쳐 “오늘의 나 있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
강동궁(SK렌터카다이렉트)은 우승을 확정하고 나서 잠시 감정이 복받쳤다. PBA를 대표하는 스타이고, 이미 두번이나 우승을 경험한 선수에겐 다소 낯선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우승은 꽤 오랜만이다. 프로당구 사상 최고의 명승부라 할 수 있는 21/22시즌 개막전(블루원엔젤스) 우승 이후이니 정확히 3년 됐다. 그사이 절친 조재호는 왕중왕전을 2연패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24일 우리금융캐피탈배 결승전 상대는 16세 김영원이었다. 강동궁보다 무려 28살이나 어리니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게다가 강호들을 연파하며 올라온 탄탄한 실력까지 갖췄다.
결승전에 임한 강동궁은 어느때보다 간절해 보였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통산 세 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시상식 후 진행된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우승 소감은.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승과 멀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부진할 때 좋아하는 친구 (조)재호는 잘했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앞으로 독해져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린 선수들이 공치는 걸 보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졌다. 당구를 더 진지하게 바라봐야 했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더니 운도 따라줬다.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
▲그동안 우승이 없었던 이유는.
=PBA는 세트제와 뱅크샷 2점제라서 변수가 정말 많다. 전에는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해볼만하다고 자신했다. PBA에선 128강 어느 선수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PBA에서는 마음가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능력치는 비슷하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다. 나 혼자 느끼는 감정이 아닐 거다. (다니엘) 산체스나 이충복 선수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나는 그나마 두번 우승했다. 그들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그 선수들도 조금씩 성적을 낸다면, 마음이 편해질 거다.
▲김영원은 16살 어린 선수다. 상대하기에 부담되지는 않았는지.
=김영원 선수는 정말 대담하고 패기 있게 공을 치더라. 살짝 부담됐다.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초반에 안 풀릴 수 있다고 봤다. 내가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김영원 선수는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정말 잘 치더라. 당황스러웠다. 어린 선수와 대결하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다.
▲개막전 전체적인 경기력에 만족하나.
=개막전은 모두가 부담감을 느낄 거다. 나도 힘들었다. 다행히 대회 기간 내내 팔이 가벼웠다. 평소보다 집중력도 좋았다. 이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성적이 안 나올 때는 쓸데없이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시간도 끌었다. 이번 투어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공 하나 하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어려운 공이나 정교함이 필요한 공도 잘 맞췄다.
▲PBA 원년 멤버다. 적응하는 게 여전히 쉽지 않은지
=한번 우승하면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줄 알았다. 좋은 성적을 낸 뒤에도 다음 시합에서는 여지없이 중압감과 압박감을 느겼다. PBA가 쉬운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느낀다.
▲좋은 성적을 내기 이해 감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강차)당구아카데미를 만들면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쳤다. 그 동안 연습하지 않았던 기본기 연습을 많이 했다. 홀로 개인연습실에서 연습했다면, 부족하다고 여겼던 공만 연습했을 거다. 또 PBA의 꽃인 뱅크샷도 에디 레펀스 선수나 차명종 선수와 많이 연구했다. PBA 초기에는 뱅크샷을 어려워했다.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당구 아카데미 운영으로 연습 시간은 줄었을 텐데.
=당구아카데미를 차린 지 1년 조금 넘었다. 개인 연습보다 어린 선수들 지도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이전보다는 연습량이 반으로 줄었다. 그런 과정에서 부침을 겪었다. 주변에서도 연습 부족을 걱정했다. 모두 결과론이다. 성적이 좋지않아 그런 말이 나왔다. 개막전부터 기분 좋게 우승했다. 당구아카데미 운영으로 생긴 문제는 아니다.(웃음)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그동안 아픈 어머니를 자주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자리에서는 아버지께 우승을 전하고 싶다. 아버지도 당구를 1000점 치신다. 대대점수도 32점이다.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조언해 주신다. 지금도 ‘당구만 생각하고, 당구만 쳐야 한다’고 하신다. 아버지가 어릴 때 당구장을 운영하셨다. 당구장에서 여섯 가족이 살았다.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당구를 쳐봤을 지도 잘 모르겠다. 정말 감사하다.
▲24/25시즌 목표는.
=항상 목표는 우승이다. 늘 쉽지않은 목표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매 경기에 나서겠다. (조)재호처럼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대상(골든큐)도 받아보고 싶다. 앞으로 대회가 많이 남아 있다. 도전하겠다. [차승학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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