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3.03.20 07:00:00
세계선수권 공동3위 이어 라스베가스오픈 석권 개인 최고 세계 랭킹 11위…“5월에 톱10 들겠다” ‘허리우드亞슈퍼컵’ 좋은 경험, 베트남에 훌륭한 선수 많아 “대기업 LGU+ 후원, 포켓볼 선수 전체에 자부심”
한국 여자 포켓볼 간판스타 서서아 행보가 연초부터 눈부시다.
지난 1월 세계9볼선수권 공동3위에 이어 2월에는 강호들을 연파하고 라스베가스오픈을 석권했다.
한국 선수로는 오랜만에 거둔 성적이다. 하나는 11년만이고, 또하나는 7년만이다. 둘 다 스승이자 우상인 김가영 뒤를 잇는 기록들이다.
세계랭킹도 17위에서 11위로 껑충 뛰며 자신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톱10’ 진입도 머지않아 보인다.
서서아(22, 전남당구연맹)는 ‘준비된’ 스타다. 10대부터 국내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2018년엔 17세의 나이로 ‘세계주니어포켓9볼선수권’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찌감치 김가영 뒤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아왔다.
18세때 고등학교(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여자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연습에 매진한 서서아는 2년만인 2020년 국내랭킹 1위에 올랐다.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무대에서 ‘서서아’(Seo Seoa)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며 세계적인 선수로 부상하고 있다.
서서아는 연초부터 미국 유럽 동남아를 넘나들며 빠듯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3월인데 벌써 다섯번이나 외국을 다녀왔다. 일정이 빡빡하고 상황이 바뀌다보니 서서아 인터뷰는 세번에 걸쳐 완성됐다. 먼저 허리우드아시아슈퍼컵 대회가 열린 베트남 호이안에서 한번, 라스베가스오픈 우승 직후 또한번. 그리고 19일 전화통화로 보완했다. 국내1위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부상하고 있는 서서아 선수 얘기를 들어봤다.
△(2월) 허리우드아시아슈퍼컵 대회에 출전했는데.
=베트남 당구가 발전하는걸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서 겨뤄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경기해보니 실력이 많이 발전했더라. 포켓볼 경기는 대개 8선승, 9선승제인데 허리우드배는 3선승, 5선승제로 짧았다. 나름 재밌었다. 베트남은 포켓볼 인기가 높아서 그런지 뛰어난 선수들이 많더라. (허리우드아시아슈퍼컵 첫날 한국은 포켓볼에서 베트남에 완승을 거뒀고, 서서아는 2승1패를 기록했다)
△허리우드아시아슈퍼컵 대회가 개인적으로 유익했다고.
=그 동안 외국에서 포켓볼과 3쿠션이 함께 하는 대회가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3쿠션 선수랑 함께 대회에 출전해보니 (포켓볼-3쿠션) 선수들끼리 대화도 많이 하는 등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이런 대회가 지속적으로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세계여자9볼선수권서 김가영 선수 이후 11년만에 입상(공동3위)했다.
=공동3위에 그쳐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4강전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해 결과에 만족한다. 공동3위 보다는 극적으로 8강을 통과했을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
△8강전을 회상한다면.
=당시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켈리 피셔(잉글랜드)를 만났다. 세트스코어 8:8에서 내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패배가 확정적인 상황이었다. 그 실수를 했을 때 ‘앞으로 내가 당구를 치는 동안 이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피셔도 나와 같이 실수를 했고, 내가 마지막 득점에 성공해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세트스코어 9:8승) 그 순간엔 정말 만감이 교차해 경기장에서 울고 말았다. ‘내가 여태껏 노력해 왔던 게 지금 빛을 발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스승인 김가영 선수도 기뻐했겠다.
=정말 감사하게도 ‘가영쌤’이 날 공항에 데리러 와주셨다. 한국 도착시간이 새벽 5시였는데도 말이다. 쌤을 만나 차에서 내가 이제껏 고생해 왔던 것들, 쌤이 느꼈던 감정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행복했다. 특히 내가 스승, 우상으로 삼았던 선수의 뒤를 잇고 있단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가영쌤’도 너무 좋아하시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해주셨다.
△그리고 곧바로 라스베가스오픈서 우승까지 했는데. (서서아는 지난 2월 ‘알파라스베가스포켓10볼 여자오픈’ 결승서 멍시아헝(호주)을 세트스코어 2: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직전 대회 ‘세계여자10볼선수권’서 공동3위를 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는데, 바로 이어진 시합에서 바로 결과를 낼 수 있어 너무 기뻤다. 앞으로 더 잘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특히 ‘가영쌤’의 뒤를 다시 한번 잇는 것 같아 더욱 행복하다.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느낌이다.
△김가영 선수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과거 광주에서 당구를 배우기 시작해 그곳에서만 활동했다. 그런데 17세 정도 되니 점점 무대가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잘 쳐서라기 보단, 내 실력과 기술이 이 곳에서만 통한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도전을 결정했다.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서울로 올라왔고, ‘가영쌤’을 찾아갔다. 당시 ‘가영쌤’이 서울에 아카데미를 차렸는데, 그곳에 찾아가서 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가영은 지난 2017년 서울 강동구에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를 개원, 3년 동안 운영했다)
그렇게 ‘가영쌤’에게 공을 배우기 시작했고, 첫 1년 정도는 기본기를 바꾸는 데에만 집중했다. 처음 ‘가영쌤’이 나한테 얘기했던 부분이 있다. 내가 스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만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혼자 연습할 실력이 안됐기에, ‘가영쌤’은 내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게 가능해진 다음부터는 더 이상 레슨을 받지 않았고, 멘탈 상담을 주로 했다.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며 힘들 때면 조언을 구한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포켓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약 10년 전, 12세 때 처음 포켓볼을 접했다. 처음엔 부모님 권유였다. 부모님께서 내가 운동신경이 있다는 걸 일찍 아시고, 골프나 당구 중 한 가지를 시키려고 하셨다. 그런데 아버지가 워낙 당구를 좋아하시기도 했고, 골프는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커 큐를 먼저 잡게 됐다. 사실 처음엔 포켓볼이 뭔지도 몰랐지만 한번 쳐보니 내게 너무 잘 맞는다 느꼈다. 그 뒤로 쭉 이어가게 됐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포켓볼이 장차 성장할 종목으로 판단하셨던 것 같다.
△3쿠션에 비해 국내 포켓볼 시장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어려움도 많을텐데.
=솔직히 국내에서 생업으로 포켓볼 선수를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건 3쿠션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다만 포켓은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선수들이 각 시도에서 연봉을 받지만 시도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는 각 시도별로 한명씩이다. 3쿠션도 같은 형편이지만, 3쿠션은 국내시합이 많아 도전기회라도 많다. 결국 주니어 포켓볼 선수 입장에선 톱랭커들과의 실력 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게 되면 주니어 선수들은 선수생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외국 무대가 크다고 하지만 스폰서 없이는 외국대회에 나가기도 어렵다. 한번 외국시합 나가면 대략 400만~500만원 정도 든다. 예선탈락이라도 하면 그 공허함을 이겨내기 어렵다. 지금 활동하는 국내 포켓볼 선수들이 새삼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포켓볼 시장이 발전하려면.
=일단 주니어 선수들을 적극 돌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악순환 구조를 깨야 주니어들이 숨실 틈이 생기고, 그렇게 차츰 인원이 많아져야 판이 활성화된다. 3쿠션 성공비결은 인원수라 생각한다. 인원으로는 할 수 있는게 정말 많다. 포켓은 대표적으로 떠올릴 만한 선수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수준인게 현실이다.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포켓시장이 어렵지만, 분명 희망적인 부분들도 많은데 미디어에는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나온다. 주니어와 학부모가 봤을 때 포켓볼은 비전 없는 종목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포켓볼도 충분히 유망한 종목이다. 톱랭커들은 웬만한 3쿠션 선수 못지않게 수입도 괜찮고, 무엇보다 선수층이 얇은 만큼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외국시합도 열려있다. 당구연맹 차원에서나 미디어를 통해서 이런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앞으로 좋아질 거라는 확신은 든다. 이젠 흐름이 한번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내가 30대쯤 됐을 땐 같이 활동하는 10~20대 친구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기업인 LGU+ 후원을 받고 있는데.
=2021년부터 이우진 선수와 함께 LGU+ 후원을 받고 있다. 대기업 후원으로 외국 시합에 다닐 수 있는 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더 크게 보자면 대기업 후원은 포켓볼 선수 전체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LGU+후원 받는걸 보고 후배들이 ‘나도 열심히 하면 대기업 후원을 받을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 기회를 준 LGU+에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
△대만 유학을 생각하지 않았나.
=20세에 대만으로 유학가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갈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전해볼 수는 있지만 상황이 좀 애매하다. 현재는 대학생 신분인데다(한체대 경기지도학과 2학년 휴학 중으로 내년에 3학년에 복학할 예정), 대부분의 외국시합에 참가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외국시합이 보통 한달에 한번 열리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대만에서 유학하면서 배우는 의미가 있을까. 현재는 유학생각을 크게 하고있지 않다.
△포켓시장은 대만보다 미국이 더 크지 않은가.
=대만도 포켓볼 강국이다. 보통 유럽선수들은 미국으로 유학가지만, 한국 선수들은 대만으로 많이 간다. 일단 가깝기도 하고, 땅이 작기 때문에 이동반경도 작다. 미국에선 그 땅 안에서만 이동하는 데에도 큰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 특히 대만에선 매주 토너먼트 시합이 열릴 정도로 대회도 많다.
△대만과 미국 외에도 포켓볼 강국을 꼽자면.
=최근 유럽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꼭 어느 나라가 강국이라기 보단, 나라마다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 최근엔 독일, 오스트리아 선수가 두각을 많이 나타낸다. 포켓볼은 대륙, 나라별로 플레이스타일이 다르다. 유럽이 기본기에 충실하다면, 대만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플레이를 추구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만스타일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세계랭킹 11위로 톱1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선수권 입상(공동3위), 라스베가스오픈 우승이 반영된 결과다. 세계 11위는 개인 최고기록이다. 5월 미국 위스콘신오픈이 있는데, 그때 좋은 성적을 내서 톱10에 들고 싶다.
△라이벌을 꼽자면.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넘어서고 싶은 선수들은 있다. 전 세계1위 중국의 첸시밍이다. 중국은 포켓볼 최강국으로 꼽힌다. 그 동안 ‘코로나19’ 로 외국 대회에 못나왔는데, 올해 말부터 풀린다고 하더라. 대회에 나오면 부딪혀보고 싶다. 현 세계1위 초우치에유(대만)도 넘어서야 할 선수다. 이 선수와는 올해 1승1패(세계선수권 4강서 패, 라스베가스오픈 8강서 승)를 기록 중이다. 두 선수 모두 세계적인 선수들이라 배울 점이 많다.
△올해 외국 대회 출전이 많은데 힘들겠다.
=(19일 인터뷰할 때) 영국 다녀온지 이틀 됐다. 남녀 16명 초청 이벤트경기인데 여자선수는 나 포함, 2명이 출전했다. 1월 세계선수권(미국 아틀란틱시티), 2월 허리우드아시아슈퍼컵(베트남) 라스베가스오픈(라스베가스)과 대만에 연습차 다녀온 거까지 합치면 3월인데 벌써 다섯 번이나 외국에 나갔다 왔다. 일정이 빡빡하긴 하다. 미국 위스콘신오픈에 참가해야 해서 5월에 또 나가야 한다. 눈에 다래끼가 났다. 하하.
△연습패턴은.
=전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했지만 지금은 연습시간은 줄이되 효율을 높였다. 이전엔 물리적인 시간에 대부분을 투자했다면, 지금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확실히 몰입해 연습하는 편이다. 한 마디로 연습하는 방법 자체를 터득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태일 때는 공과 흐름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땐 자세, 스트로크 등 기본기 연습을 한다. 다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무조건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도 필요하긴 하다. 초보자일 때는 집중도와 상관없이 소위 당구장에서 살 듯 하며 엄청난 시간을 연습에 쏟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효율적인 연습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사용하는 용품은.
=따로 용품후원을 받고 있지는 않다. 메인 큐로 대만의 ‘젠큐’를 쓰고, 브레이크 및 점프큐는 프레데터 제품을 쓴다.
△각 큐 기능을 설명해달라.
=포켓볼 선수들은 대부분 기본 큐를 세 자루씩 들고 다닌다. 메인 큐는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큐이고, 브레이크 큐는 처음 랙을 깰 때 쓰는 큐다. 점프 큐는 말 그대로 공을 띄우는 샷을 할 때 쓰는 큐다. 각각 기능이 다르다. 만약 메인 큐로 브레이크를 할 때처럼 강하게 치면 큐가 망가진다. 선골이 얇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브레이크 큐를 메인 큐로 쓰는 건 부적합하다. 워낙 직진성이 강하고 탄력이 세기 때문에 수구를 컨트롤하기 어렵다. 점프 큐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공을 띄워야 하기 때문에 길이가 짧다.
△올들어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일단 올해는 외국 무대에 최대한 나를 많이 알리고 싶다. 내 이름을 세계 무대에 확실히 각인시켜 나가는 게 목표다. 당연히 우승도 계속하고 싶다. 전에는 섣부르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우승하며 자신감이 생겼고, 앞으로 모든 대회 타이틀을 수집하고 싶다. 물론 공동3위에 그쳤던 세계선수권에서도 다음엔 우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포켓볼선수로 활동하고 있을 때, 국내 포켓볼시장이 살아나는 모습을 한번은 꼭 보고싶다. 내가 좋아하는 포켓볼에 다른 인기스포츠와 같이 체계적인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힘들었으니, 후배들은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장이 크면 그 속에서 내가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성적만 좋은 ‘톱랭커’보다는,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멋진 선수가 될 테니 지켜봐 달라.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호이안(베트남)=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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