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AI는 금융에서 의료, 교육, 공공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결정을 보완하고 때로는 대신하며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지금까지 AI는 도구에 불과했다. 앞으로 AI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곳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삶 전반에 가치를 창출하는 '공존형 지능'으로의 진화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정책 결정자 모두 준비해야 할 과제가 명확해지고 있다.
AI 기반 서비스의 궁극점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가늠할 수 있다. 첫째, 초개인화다. 학습, 소비, 건강 상태 등 개인의 미세한 패턴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오직 '나'를 위한 교육과 금융, 건강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미 중국의 스쿼럴(Squirrel) AI는 학생의 오답 유형과 속도, 맥락을 분석해 완전히 개인화된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있고, 미국의 업스타트(Upstart)는 전통 신용점수 외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대출을 가능하게 했다.
둘째, 예측 중심 서비스다. 의료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기술이 환자의 유전체, 생활습관 데이터를 반영한 가상모델을 생성해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관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미래의 AI는 단순 진단을 넘어서 '내일의 건강'을 오늘 알려주는 예방형 주치의로 진화할 것이다.
셋째, 인간·AI 협력의 고도화다. AI는 인간의 결정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교육에선 성장 코치로, 금융에선 재무설계 파트너로, 의료에선 생애주기 동반자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 AI는 개인의 삶 전반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삶의 방향을 제안하는 '지능형 동반자'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AI 기반의 서비스 진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서비스 제공자라면 첫째, 고도화된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정제된 데이터 확보 및 통합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의료나 금융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룰 경우 가명 처리, 안전한 분석환경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둘째, 알고리즘의 설명 가능성과 윤리성 내재화가 필요하다. AI가 추천한 교육 콘텐츠나 투자 포트폴리오가 왜 그렇게 구성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사용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기술 중심의 조직을 넘어 도메인 전문가(교육자·금융전문가·의사)와의 융합이 필수다. AI는 데이터를 보지만 인간은 의미를 본다. 그 간극을 메우는 학제적 조직이 미래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한편, 정책 당국과 공공기관도 결코 뒤처져선 안 된다. 첫째, 민간기업이 데이터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샌드박스와 데이터 결합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둘째, AI 윤리와 신뢰성에 대한 기준을 산업별로 마련하고 설명 가능성, 편향성 여부, 사용자권리 보호 여부에 대한 인증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AI 도입을 가속화해야 한다. 특히 공교육과 공공의료 영역에서 AI 기반 시범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면 민간기술의 실증 테스트베드로 작용할 수 있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확장하는 존재가 돼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보다 우리가 준비된 만큼만 AI가 우리 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AI 궁극점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다. 인간 중심의 설계, 윤리적 인프라, 융합적 사고체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AI는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