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선박들의 조난 사고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난 사고 대부분이 선박 관리가 미흡한 데 따른 '인재'였던 것으로 나타나 집중호우와 태풍이 잦아지는 올여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상 조난 사고를 당한 선박은 4213척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3년 사고 발생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다 수준이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4000척을 넘어섰다.
해상 조난 사고는 해수면과 내수면에서 선박 등의 침몰·좌초·전복·충돌·화재·고장·추락 등으로 인해 사람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선박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 사고를 말한다.
선종별로는 어선 조난 사고가 지난해 2114척으로 전체의 절반(50.2%)을 차지했다. 이어 레저선박(894척), 낚시어선(384척), 예인선·부선(253척), 화물선(190척) 순으로 나타났다. 해경 관계자는 "어획물 적재 불량, 무리한 조업으로 인한 인적 과실에 더해 갑작스러운 돌풍 등 기상 악화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선박의 기관 손상이 1263척으로 전체 중 30%에 달해 가장 많았고 이어 부유물 감김(15.9%), 충돌(7.1%), 침수(7%), 추진기 손상(6.8%), 운항 저해(6.7%) 순이었다.
사고 원인을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기상 악화에 따른 사고는 101척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나머지 97.6%의 조난 사고는 사실상 인재에 의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선박 정비 불량이 1672척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운항 부주의(1386척) △관리 소홀(443척) △기타(376척) △연료 고갈(128척) △화기 취급 부주의(67척) 순이었다.
선박 가운데 어선 조난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어선 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119명으로, 2023년(78명)보다 52.6%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새 최다 수준이며, 사망·실종자가 100명을 넘은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도 어선 사고가 잦아 지난 2월에만 제주 토끼섬 인근 어선 좌초, 여수 거문도 어선 침몰, 서귀포 해상 어선 전복, 부안 해상 어선 화재 등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바다에서 26명이 사망·실종 처리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13·14일)에도 서해 남부 남쪽 먼바다와 남해 먼바다, 제주 해상에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등 기상이 악화돼 항해·조업 선박의 각별한 유의가 당부된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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