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3 23:08:02
압수수색 6차례 무산된 비화폰 계엄 이후 처음으로 경찰 손에 서버 포렌식 작업 22일에 완료 경찰, 체포 저지 혐의 등 조사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경호처에 보관된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했다.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핵심 증거를 손에 쥔 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경호처 지휘부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에 관한 수사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23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 전 대통령,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서버 기록을 대통령경호처에서 임의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비화폰은 도감청·통화 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로, 비화폰 서버 자료는 계엄 사태 관련 수사의 핵심 단서로 꼽힌다. 앞서 경찰은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6차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김 차장 등 지휘부의 ‘불승인’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차장이 사의를 표한 뒤 경호처는 경찰 요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엿새 만인 지난달 10일 경호처 직원들은 김 차장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김 차장은 같은 달 15일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 날 경찰은 경호처, 대통령실, 한남동 공관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비화폰 서버 기록 등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 제출받기로 경호처와 협의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비화폰 서버 복구 작업을 실시했다. 암호화 통신 장비인 비화폰 서버는 이틀마다 기록을 자동 삭제하도록 설정돼 있지만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대부분 기록을 복구했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비화폰 사용 내역이다. 다만 이번에 경찰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 기록은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하거나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 등과 관련된 자료로 한정된다.
서버 기록에는 윤 전 대통령, 김 차장 등이 주고받은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수·발신 내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 누구와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는지 정도만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통화 내용이나 문자 본문은 데이터 기록 대상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등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선별해 임의 제출받았다”며 “윤 전 대통령 등이 사용한 비화폰과 업무용 전화기 등을 압수·임의 제출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핵심 증거를 손에 쥔 만큼 향후 경호처 수사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체포 방해를 지시한 정점에 윤 전 대통령이 있고, 이러한 지시를 이행한 김 차장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서버 기록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경찰의 혐의 입증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차장 등 경호처 지휘부를 추가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향후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직접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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