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 해도 신장 기증이 당연한 일은 아닌데, 남편은 본인이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좋아했어요."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이 결혼해 하나가 되는 날, 서울성모병원에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 병원에서 남편이 기증한 신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은 이보영 씨(50대)가 생애 첫 가족여행을 준비한다는 근황이었다.
20년 전 이씨는 피곤하고 머리가 아파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았다.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했지만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됐고, 2019년 혈액 투석을 시작했다. 남편은 자신의 신장 하나를 아내에게 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더 큰 불행이 찾아왔다. 2021년 신장 이식을 앞두고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위암이 발견된 것이다. 이씨는 그해 8월 위암 수술을 먼저 받았다. 주치의였던 정병하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그래도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 다행이니 잘 치료받고 기다려보자"고 응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매일 근력 운동과 걷기 운동을 2시간씩 할 정도로 회복됐다. 이씨는 "정 교수님, 집도를 맡은 윤상섭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님, 장기이식센터 간호사 선생님 등 모든 의료진에게 이 기회를 통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수술 전 간절했던 마음을 잊지 않고 늘 기도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