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0 20:25:36
인천시, 보건소급 새 병원선 투입해 17개 섬 순회 진료 제주도, 추자도 이어 가파·마라·비양도로 무료 진료 확대 경남도, 건강검진에 빨래·청소·이미용까지 원스톱 서비스 강원 평창·양구군, 응급환자 타지 이송비 지원 전남 곡성은 주민 등의 모금으로 소아과 개원도
“병원선에서 최신 기계로 심전도 검사가 가능한 덕분에 마음속 불안감을 덜 수 있었네요.”
20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북포2리에 사는 조강부 씨(68)는 최근 심장에 약한 압박감이 느껴져 불안한 마음이 커졌었다. 백령도에는 심장 관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장비가 없어, 큰맘 먹고 뭍으로 나가 큰 병원을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백령면 용기포 신항에 정박한 병원선 ‘건강옹진호’가 그의 고민을 덜어줬다. 조 씨는 “새로 건조된 병원선 덕분에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조씨가 찾은 건강옹진호는 지난달 인천시가 건조해 처음으로 투입한 새 병원선이다. 기존 병원선은 선령이 25년으로 낡은 데다 기동성까지 떨어져 그간 원거리 섬 중 상당수는 병원선 순회진료 혜택에서 소외됐었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기존 108t급 병원선보다 2.5배 큰 270t급 건강옹진호를 건조했다. 병원선 내에는 기존 내과·한의과·치과 진료에 물리치료·임상병리·보건교육실까지 추가해 배 한 척에서 웬만한 보건소 수준 진료가 가능해지도록 체급을 키웠다.
특히 배가 크고 속도도 빨라 원거리 섬까지 운항이 가능해지면서 수혜 지역도 늘어났다. 기존 병원선 진료는 3개 면(덕적면·자월면·연평면), 9개 섬(백아·문갑·울도·지도·굴업·승봉·대이작·소이작·소연평)에 그쳤던 것이 건강옹진호 취항으로 6개 면(백령·대청·북도면 추가), 17개 섬(백령·대청·소청·연평도 등 추가)으로 늘어나게 됐다.
신병철 인천시 보건복지국장은 “건강옹진호는 단순한 병원선이 아닌 도서지역 주민 건강을 지키는 이동형 보건의료 거점”이라면서 “앞으로도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경우처럼 섬과 벽지는 육지 대도시와 거리가 먼 데다, 상주 인구의 고령화로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다. 그러나 대다수 의료기관이 대도심에 집중되면서 의료 사각지대가 되기 일쑤다. 인구가 적은 섬·벽지는 응급의료는커녕 기본의료조차 소외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등이 섬과 벽지의 의료 사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제주도는 부속 도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의료원 의료진이 섬을 직접 찾아 신체검진, 건강상담, 혈당·총콜레스테롤 간이 검사, 수액·약물 처방, 일반 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첫 서비스 제공지인 추자도에서 주요 수혜자인 65세 이상 주민과 해녀, 장애인 등으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올해는 가파도와 마라도, 비양도까지 사업 대상 섬을 확대했다.
경상남도는 섬·시골 주민에게 건강검진에 더해 빨래·청소·스마트 교육까지 해주는 ‘찾아가는 올케어 통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불 빨래를 수거해 세탁 후 가져다주는 ‘빨래방 버스’, 키오스크 사용법과 스마트 건강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똑띠버스’, 저장 강박 등 취약계층의 집 정리·청소 등을 제공하는 ‘클린버스’ 등을 운영한다.
강원도는 속초의료원과 협력해 고성군에서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고성군은 강원 지역에서 유일하게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인근에 큰 병원이 없는 산간 지역에 구급차 이송비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평창군은 응급환자가 타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1회당 최대 20만원까지 이송비를 지원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겐 전액을 지원한다. 양구군도 구급차 이송비를 지원한다.
고향을 떠난 출향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고향의 의료 공백을 해소한 경우도 등장했다. 인구가 2만7000명에 불과한 전남 곡성군이 대표적이다. 곡성군은 출신 기부자 2000여 명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금해 준 3억4000만원을 바탕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소아과를 개원하는 기적을 낳았다. 1960년 전문의 제도가 생긴 후 곡성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상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곡성은 그간 소아과가 없어 아픈 아이를 데리고 광주나 순천까지 원정 진료를 다녀야 했다. 진료를 맡은 최용준 전문의는 곡성과 인연이 없지만 지역 의료 현실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곡성군은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장학금 지원 등 추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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