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기전세Ⅱ 미리내집 청약 경쟁률 평균 64대1 거주·납입 만점만 당첨기회 전세실종 비싼 월세 현상에 시세 70~80%로 20년 거주 장기전세 인기…공급은 부족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전경. 매경DB
서울시 장기전세주택Ⅱ(미리내집) 4차 모집에서 서류 점수 만점(10점)을 충족하지 못하면 당첨 기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세 대비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신청 요건이 완화되면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18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4차 장기전세주택Ⅱ 입주자 모집공고 결과 총 25개 타입에서 서류 심사 대상 커트라인은 만점(10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정량 지표에서 만점이 안 되면 당첨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이번 4차 장기전세주택Ⅱ로 총 367가구를 모집했다. 특히 장기전세주택Ⅱ 인기를 감안해 기존 장기전세주택Ⅰ 물량 일부도 Ⅱ로 돌려 선호 입지에서 물량이 다수 나왔다. 4차 모집 대표 단지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서울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등이다. 4차 모집 평균 경쟁률은 64.3대1, 최고 경쟁률은 759.5대1에 달했다.
이번 모집에서 당첨 커트라인이 전 타입 만점(10점)이라는 건 그만큼 장기전세주택Ⅱ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지난해 서울시가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파격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서울시 거주 무주택 가구 구성원으로 혼인기간 7년 이내 신혼부부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인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임대료는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책정된다. 출산 시 최장 20년까지 거주가 보장돼 첫 모집부터 큰 호응을 이끌고 있다.
조건이 파격적인 만큼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당첨 커트라인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신청 조건이 크게 완화된 점도 높은 커트라인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Ⅱ의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맞벌이 180%) 이하, 전용 60㎡ 초과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 150%(맞벌이 200%) 이하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이 1715만원(맞벌이) 이하면 전용 60㎡ 초과 장기전세주택Ⅱ에 도전해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가점 기준으로 서울시 거주 기간(최대 5점)과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 횟수(최대 5점) 두 가지만 고려한다는 점도 커트라인이 높아지는 요인이다. 가점 변별력이 크지 않다 보니 지원자들은 '운'에 의존해 당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 신청자는 "서류 커트라인은 넘겼지만 당첨되기 어려워 돼지 꿈이라도 꿔야 하나 싶다"며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추고 월세가 급등하는 시장 분위기도 장기전세주택Ⅱ 인기 상승에 불을 지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월세가 70만원을 넘었다. 자산이 부족한 신혼부부·청년층 입장에서는 장기 거주가 가능한 공공전세주택이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장기전세주택은 정비사업 조합이 제공하는 공공임대로 확보되는 물량이 대부분인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부터 신축 아파트뿐만 아니라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도 장기전세주택 물량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3500가구, 내년부터는 연간 4000가구를 장기전세주택Ⅱ 물량으로 공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