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주거복지포럼 공동기획 주거사다리 복원하자 전세 갈수록 희귀 원룸월세 '껑충' 중소형 매매가 10년새 2배로 내집마련 꿈 갈수록 아득 대선후보들도 대책마련 고심
울산 출신 직장인 정 모씨(30)는 재작년 서울 강남권에 있는 병원에 취업하며 서초구 소재 빌라로 이사했다. 33㎡(10평)도 되지 않는 작은 원룸에 살며 매달 월세 60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내고 있다. 정씨는 "울산에선 보증금 500만원인 원룸 월세가 30만원이다. 서울은 너무 비싸서 놀랐다"며 "월세를 줄이려면 보증금을 높여야 하는데 목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는 매달 월급의 20% 이상을 월세와 관리비 등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용산구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사회초년생 박 모씨(29)도 최근 집주인과 월세 인상 여부를 놓고 씨름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현재 매달 145만원(보증금 1200만원)을 내는 것도 버거운데, 최근 월세 시세가 160만원으로 올랐으니 맞춰 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 계약갱신청구권(임대료 5% 상한)에 대해 몰랐다면 꼼짝없이 올려줄 뻔했다. 박씨는 "겨우 152만원으로 조정했다"며 "소득의 30%가량이 매달 주거비로 빠지니 심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임대차 시장이 월세 위주로 전환되며 관련 수요가 높아지고 시세가 오르자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전체 소득에서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우려가 나온다. 월세가 대세로 떠오르며 대선 주자들은 관련된 주거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주거비'는 12만1744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동향조사로 파악하는 실제주거비는 월세 지출을 기반으로 한다. 자가나 전세 가구는 실제주거비가 0원으로 집계된다. 전국 가구의 실제주거비는 최근 4년간 꾸준히 올랐다. 2021년 9만8000원에서 2022년 10만2447원, 2023년 11만1307원으로 계속 뛰었다.
수도권은 월소득에서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임차가구 RIR)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RIR은 22.7%를 기록했다. 2020년 20.9%, 2021년 21.5%, 2022년 21.8%로 매년 올랐다. 이는 수도권 평균 RIR이 오른 여파다. 수도권 평균 RIR은 2020년 23.7%에서 2023년 26.3%로 뛰었다. 수도권 임차가구는 월급의 26.3%를 임차료로 쓰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최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의 33㎡ 이하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70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월 대비 3만원 오른 수치다.
장용동 주거복지포럼 대표는 "임대차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을 고려해 주거비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제도가 전세 지원 위주로만 짜인 측면이 있다"며 "대학 주변이나 역세권에 기숙사형 주택을 확충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각당 후보들도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 전월세 부담을 줄이겠다며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 및 대상주택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반값 월세존 조성을 공약했다.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 용적률·건폐율을 완화하고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임대료를 낮추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의 10% 이상을 청년층 수요가 많은 1인형 오피스텔 등으로 특별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주거로 인한 대출부담을 낮추는 공약을 제시했다. 청년들을 위한 '든든출발자금'은 연 1.7% 금리로 분기당 최대 500만원씩 총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정책인데 주거 등에 용도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은 목돈 없인 중소형 아파트(전용 60㎡ 초과~85㎡ 이하) 한 채 사기도 쉽지 않다. 다방에 따르면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4년 4억4847만원에서 2024년 12억4038만원으로 177% 올랐다. 쉽게 말해 서울 20~30평형 단지를 매입하려면 12억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