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토지허가구역 해제수순 갭투자 차단하려 도입했지만 투기수요 다른 동네 옮겨가고 주민들은 재산권제한에 부글 市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감소 서울 전역 해제대상 포함될것 재건축 지역은 신중히 검토"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나선 건 이 규제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본래 취지는 달성하지 못하고, 주변 지역 풍선효과를 발생시키는 한편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냉각 국면에 진입해 규제 해제를 통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역기능을 우려해 풀지 못했다"며 "현재는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하향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어 규제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제도가 부동산 급상승기에 특단의 조치로 나온 규제인 만큼, 현재는 이를 유지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도는 주택의 경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세입자를 들여 매입 자금을 마련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앞서 부동산 급등기 대규모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과 정비사업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이 제도는 대표적인 부동산 핀셋 규제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정 지역을 '콕' 집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들 투기 수요가 다른 동네로 옮겨가는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정비사업이 추진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인접한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작년 8월 60억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이 급격히 오른 건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의 풍선효과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서울시 내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토지 면적은 65.25㎢로 시 전체 면적의 10.78%에 달한다. 강남구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14.4㎢(아파트)는 삼성동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호재에 따른 투기 수요 유입 우려로 2020년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밖에 여의도, 압구정, 목동, 성수전략정비지구 등 주요 정비사업지 4.58㎢, 신속통합기획 선정지와 후보지, 모아타운과 인근 지역 등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한 번 구역으로 지정되면 1년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재지정 여부를 검토한다.
구역 해제가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곳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지역이다. 앞서 서울시가 실시한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효율적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과를 분석했다. 이 교수 분석에 따르면 구역 지정 직후에는 매매가 안정되는 효과가 확인됐지만, 그 효과가 점차 약화돼 4년이 지난 현재는 제도의 실효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 주민들은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이 없는데도 재산권 행사에는 제약을 받아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구역 해제는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를 통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허가구역의 합리적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구역 지정 후 시간이 경과하며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있었다"며 "서울 전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재검토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지적 개발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조치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행정동 단위별로 과열 우려 지역을 세분화해 규제 지역을 '핀셋'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