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2차 TV토론은 그야말로 '난타전'이 됐다.
토론 당일 오전에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2~3위권 후보들의 '전투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 구도가 꿈틀대자 후보들이 일제히 공세로 전환한 셈이다. 이준석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신경전이 격해지면서 김문수 후보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이재명·이준석 후보 간 열띤 공방은 이재명 후보가 포문을 열며 시작됐다. 이재명 후보는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밤 다른 사람들은 전부 국회 담을 넘어 계엄 해제에 참여했는데, 이준석 후보는 왜 담 넘어가자는 보좌진을 야단치며 폭언하고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계엄 해제에 반대한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제가 막역한 (사이인) 비서에게 그렇게 말했을 시점은 이미 표결이 끝난 뒤였다"며 "저는 국회의장실·민주당 의원들과 소통하면서 여기 4명 정도 못 들어가고 있으니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도 (본회의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의원들이 있는데 이재명 후보 논리대로라면 이들도 계엄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설전은 지난 토론 때 뜨거운 감자였던 호텔경제론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누군가 호텔에 투숙하려고 해서 100유로의 돈이 들어왔다가 다시 (투숙하지 않고) 나간 경우라도 돈의 순환 효과로 경제가 순환될 수 있다는 사례가 있다"며 "루카스 차이제 이런 이들의 '100달러 이야기'라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데, 누구도 '노쇼 경제학'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텔경제론이 허구라는 비판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게 "한국은행에서 5만원 쓰는 법 그림표를 보셨느냐"고 물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한국은행과 지급결제제도'라는 책자에 '5만원의 순환'이라는 글을 싣었는데 여행객이 지불한 5만원으로 호텔 주인과 정육점, 양돈업자가 차례로 빚을 갚았다는 게 골자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찾느라 고생하셨는데, 그거는 호텔 취소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준석 후보는 또 건강보험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가 보장성은 강조하면서 재원은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며 이재명 후보를 향해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같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차베스 정권은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준석 후보의 계속된 공세에 이재명 후보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끼리 양보·조정·타협해야 하는데 상대가 하는 말을 왜곡하거나 특정 부분을 빼버리면 대화하는 게 아니라 시비를 건다고 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모두발언부터 이재명 후보의 과거 검사 사칭 논란과 가족사 등 민감한 대목을 언급했다.
김문수 후보는 "최소한의 인륜을 다 무너뜨린 분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데 대해 시중에서 너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성남시장으로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다가 그것 때문에 형수님과 욕하고 다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집안의 내밀한 문제, 어머니에게 형님이 폭언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진 게 문제가 됐는데, 그 점은 제 수양 부족으로 사과의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문수 후보는 이런 말할 자격이 없다"며 "소방관한테 전화해서 '나 김문수인데'(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그렇게 권력을 남용하면 안된다"고 역공했다.
또 이재명·김문수 후보는 지난해 부산에서 피습을 당했을 당시 이재명 후보가 서울대병원으로 헬기로 이송된 문제를 두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김문수 후보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전국 1등인데 서울대병원으로 옮겼고, 이 와중에 헬기를 타 '황제 헬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본인이 만들고, 그렇게 자랑한 성남의료원에도 안 가고 서울대병원에 간 것을 국민은 이상하다고 본다. 해명해보시라"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의료원은 혈관수술 인력이 없을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을 간 것은 가족이 (내가) 장기간 입원해야 해서 서울 근처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으로 다시 논란이 된 부정선거론도 이날 토론 때 화두로 떠올랐다. 이준석 후보는 "2012년 대선 후에도 부정선거를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재명 후보도 동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투·개표 조작을 의미했던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국가정보원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던 측면에서 부정선거라 한 것"이라며 "투·개표를 조작했다는 차원의 부정선거는 아니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개혁신당·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당시 트위터를 보면 수개표를 얘기하며 윤 전 대통령과 똑같은 주장을 했다"며 즉각 반박했다.
이번 토론에서도 이재명·이준석 후보가 세게 맞붙으면서 김문수 후보의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