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2 09:13:24
진수상황에서 배 균형 잃어 넘어진듯 北해군 최첨단 전력 첫발부터 대굴욕 김정은 한달내 무조건 원상복구 지시
북한이 새로 건조한 5000t급 신형구축함 ‘2번함’이 진수식 때 일어난 사고로 크게 부서졌다. 진수식을 참관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라고 격노하며 신속한 책임규명과 원상복구를 지시했다.
22일 조선중앙통신은 함경북도 청진조선소에서 전날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열린 5000t급 신형구축함 진수식에서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한국 해군에서는 쓰지 않는 ‘측면진수’ 방식으로 함정을 바다에 띄우려다 평행을 맞추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함정이 균형을 잃고 배꼬리 부분부터 바닷물에 닿았고 뱃머리 부분은 땅에 걸려 넘어진 모양새로 파악된다.
진수식에서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도저히 있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관련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 등 관련 조직과 청진조선소 관계자들의 잘못을 내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다루겠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함정을 내달 하순으로 예고한 당중앙위 전원회의 전에 무조건 원상 복원하라고 지시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함정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진수한 5000t급 신형구축함 ‘최현호’와 사실상 동급 함정이다. 북측 해군함정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함대공·함대지·함대함 미사일을 갖췄고 첨단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원양해군’ 구상을 밝히며 평안남도 남포와 함경북도 청진에서 ‘북한판 이지스함’ 격인 최현급 구축함 1·2번함을 동시에 건조했다. 그러나 2번함이 진수 때부터 헛다리를 짚으며 전력화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청진항에 대형 함정 진수 동향을 사전에 추적 감시하고 있었으며, 측면 진수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고 답변했다. 이 실장은 사고가 난 북측 함정에 대해 “크기나 규모 등을 봤을 때 최현호와 비슷한 장비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고, 현재 바다에 넘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군 안팎에서는 현재 북측 기술력을 고려하면 사고 함정을 자체적으로 옮겨 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함정을 고치려면 배를 뭍으로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아예 바다에 밀어넣은 후에 플로팅 바지선으로 띄워야 한다”면서 “북측의 기술력이나 장비 수준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나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최신 무기체계와 관련한 중요 행사 때 생긴 사고를 공개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불과 지난달에 이미 구축함을 진수하는 데 성공해 이 과정 자체를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부주의에 의한 실패에 의해서는 엄중한 문책을 통해 내부 기강을 잡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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