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1 14:59:57
유엔총회서 첫 북한인권 고위급회의 탈북자 “北군인들 현대판 노예 희생량” 北대사 “책략과 조작” 적반하장 주장 韓대사 “탈북자 증언, 반박 불가 증거”
유엔 본부에서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한 참상이 탈북자들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는 고위급 회의가 총회 차원에서 처음 열렸다. 그러나 북한 대사는 탈북자들에 대해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하는 등 안하무인의 자세를 보여 빈축을 샀다.
유엔총회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 주최로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전체 회의를 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유엔 인권이사회 차원에서는 북한인권 관련 회의를 여러 차례 개최해왔지만, 유엔총회 차원에서 북한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날 발언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그치지 않고 중동과 동유럽을 포함한 국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이란을 통해 중동 지역 테러단체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중동과 유럽에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근본 원인은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에 있다”라고 말했다.
살몬 보고관은 국경 폐쇄와 국제사회로부터의 인도적 지원 제한, 정보 접근 차단이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켰으며, 새로 제정된 법들이 이동의 자유와 노동권,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탈북자들이 유엔총회장 연단에 올라 자기 경험을 직접 증언하면서 회원국들의 주목을 받았다.
‘11살의 유서’ 작가인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김은주 씨는 11살 때 굶주림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를 당해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전했다.
김씨는 “오늘날에도 젊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현대판 노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자 강규리 씨는 지난 2023년 10일 어머니, 이모와 함께 10m 길이의 목선을 타고 탈북한 경험을 증언했다. 강씨는 “북한에는 아직도 기본적 인권을 빼앗긴 채 외부 세계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당사국 자격으로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북한의 김 성 주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날 회의 내용이 숨은 세력에 의한 책략과 조작이라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쳤다.
나아가 그는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자기 부모와 가족조차 신경 쓰지 않는 ‘인간쓰레기’(scum)를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며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총회 발언에 나선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탈북자 증언은 반박 불가한 증거”라면서 “북핵과 인권 상황은 상호 간 깊이 연결돼 있고 북한 정권의 진정한 본질을 반영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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